[데일리 포커스] 북한 주민들의 인권개선도 비핵화만큼 중요하다

미국 정부는 북한인권 상황이 아직도 열악하다고 간주하고 있다. /그래픽=데일리NK

미북 간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국면을 맞은 가운데 미국의 대북 인권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대북전략은 대화와 압박이라는 강온양면 전략에서 점차 압박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어지고 있는 듯하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해 경제제재뿐 아니라 인권 개선 압박 등 비군사적 카드를 총동원할 태세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대북 인권 관련 제재는 지난 2016년 7월 김정은, 황병서 등 개인 15명과 기관 8곳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4차례에 걸쳐 시행됐다. 지난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미 재무부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과 장경택 국가보위상, 그리고 박광호 선전선동부장 등 3인에 대해 인권유린의 책임을 물어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북한 체제의 핵심인물들을 제재 대상으로 올린 것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1월에는 김정은의 동생인 김여정까지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 최룡해 등 3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다음날에는 미 국무부가 나서서 북한을 17년째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재지정했다.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도 지난 4월에 발표한 ‘2018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CPC)으로 재지정해야 한다고 국무부에 권고했다.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종교와 신앙에 대한 북한 정부의 접근법이 세계에서 가장 적대적이고 억압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미국의 대북 인권제재는 미국의 대북전략이 대화보다는 강압으로 선회했음을 뜻한다. 지난달 3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과속 우려를 잠재우고 김정은의 서울 답방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김정은은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북측은 2차 미북정상회담의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회담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압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6일 백악관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대북 제재 해제를 검토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대북 초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의 언급에 대해선 미국이 북한에 유화적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높은 기준이 존재한다. 하나는 미북 비핵화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아 정상회담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미북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실질적인 비핵화 방안을 주문할텐데 김정은이 여기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히 복원시켜 놓은 상황에서 김정은은 미북정상회담에 연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실질적인 비핵화 주문에 관해선 더더욱 난색을 표할 것이다. 결국 볼턴 보좌관이 제시한 제재의 해제 기준은 충족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그대로 유지되거나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정은이 극적으로 서울을 답방해서 이른바 ‘서울 선언’을 내놓으며 남북관계가 한 단계 진전되더라도 미국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반도 내부사정일뿐 ‘비핵화’라는 최종 목적의 달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할 것이다. 정리하자면, 볼턴 보좌관은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언어를 구사했지만, 그것은 절제된 언어로 구사한 대북압박으로 볼 수 있다.

비핵화 협상에 소극적인 북한에 대해 미국의 인권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군사 제재나 레짐 체인지 같은 강경한 대북 카드를 배제한 상태에서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지렛대는 경제 제재의 유지와 인권 압박의 가속화일 것이다. 국제사회 역시 이 같은 미국의 행보에 발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15일 유엔 제3위원회는 북한의 인권침해를 비판하고 즉각적인 중단과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그 내용은 “북한에서 오랜 기간 동안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진행되고 있다”고 규탄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며 강제수용소의 즉각 폐쇄와 모든 정치범 석방, 인권침해에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책임규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결의안은 이번 달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5년 이래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은 14년 연속으로 이뤄지는 셈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는 비핵화 문제 못지않게 중요하다. 북한 핵 문제가 25년여를 끌고 있다면 북한인권 문제는 북한 체제가 성립된 이후부터 70년간 지속된 고질적 병폐다. 북한 인권이 전향적으로 개선되면 북한의 비핵화도 자연히 이뤄질 수 있다. 북한이 자유화되고 개혁개방으로 나아가게 되면 핵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뿐 아니라 한국 정부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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