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통합’의 독일식 통일보다는 사회보장제도를 분리하고 인구이동에 제한을 두는 한반도식 통일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연구원(KIET)의 김석진 연구위원은 지난달 29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독일 통일 20년의 경제적 교훈과 시사점’이라는 제하의 연구 보고서에서 통일 전 동서독의 인구비율과 소득비율을 현재 남북 상황과 비교하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통일직전 동독인구가 서독 인구의 약 1/4에 지나지 않았던데 비해 북한 인구는 남한 인구의 1/2이나 된다. 또한 동독의 1인당 GDP는 서독의 50%내외, 노동생산성(취업자 1인당 GDP)은 40%대였던 데 비해 현재 북한의 1인당 GDP는 남한의 6%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회보장제도의 완전 통합 등을 골자로 하는 독일식 통일을 추진할 경우, 남북 경제 격차 해소에 매우 오랜 시일이 소요될 것이며 두 사회의 통합에 따른 사회적 충격과 통일비용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김 위원은 사회보장제도의 남북 완전 통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북한 주민의 소득수준이 워낙 낮기 때문에 대다수가 공공부조 대상자가 되고 여기에 필요한 지출은 거의 전적으로 남한에서 부담해야 한다. 남북한의 인구비율 및 소득격차를 고려할 때 그러한 비용 부담은 남한 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남한에서 대규모 소득이전을 해준다면 북한지역의 임금이 생산성에 비해 너무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수밖에 없고 산업재건은 매우 어려워 질 것이며 북한사람들은 실업자가 될 것”이라면서 “결국 북한은 장기간 빈곤지역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은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써 남북한 경제 격차가 어느 정도 해소될 때까지 사회보장제도를 분리해서 운영할 것과 북한 주민에게는 북한 실정에 적합한 수준의 사회보장 혜택만을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김 위원은 북한 주민들의 남한 이주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남한으로 이동해 북한에서보다 임금수준이 높은 일자리를 구할수 있다면 북한에서도 임금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은 “북한 주민들의 이주로 노동시장이 통합 된다면 북한 지역의 임금을 과도하게 상승시켜 북한 지역에 대한 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인구의 이동은 완전히 막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를 줄이는 정책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인구이동 제한이 어렵다면 남한국민들이 과도한 통일비용을 감수하려는 각오가 있어야만 통일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