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종전·평화협정 ‘주체’ 논의 가열

북한 전문가들은 9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채택한 ‘2007 남북 정상선언’의 정전체제 종식 및 평화체제 구축 주체와 관련,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내놨다.

이들은 또 정상선언 4항의 비핵화 부분과 관련해 언급이 다소 미흡하지만 북측의 의지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던 경남대의 김근식 교수는 이날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2007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번영 : 평가와 전망’ 제하 학술회의에서 “경제협력 활성화의 걸림돌이었던 남북 군사신뢰구축 조치를 본격 논의하고 군사적 충돌의 최전선이었던 서해상의 긴장완화 조치를 본격 협의함으로써 남북관계가 경제-군사 병행구조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2007 남북 정상회담 평가와 남북관계’ 제하 발제문에서 “‘비핵화 미흡 논란’과 관련해 아쉬움은 남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할 정도는 아니다”며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프로그램을 폐기한다는 표현이 포함된 9.19공동성명과 실천조치인 2.13합의를 재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북의 비핵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종전선언 주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 구상은 남.북.미 3자였다”며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 체결에는 중국 참여가 불가피하지만 전쟁의 공식종료를 정치적으로 선언하는 종전선언에는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지 않고 있는 중국을 제외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즉, 종전선언은 남.북.미 3자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은 남.북.미.중 4자 정상회담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과 6자회담 : 과제와 전망’ 제하 발제문에서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남북한과 미국이 3국 정상회담을 열어 한국전을 종료하고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한다면 한반도 냉전구조는 해체될 것”이라며 4자 회담보다는 3자 회담 가능성을 높게 봤다.

고 교수는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은 유엔.북한.중국이지만 중국은 1994년 12월 군사정전위원회에서 철수했다”며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이 바람직하겠지만 중국 참여에 대한 북한의 부정적 입장과 미국과 중국의 적대관계가 해소된 점을 고려한 실질논리 측면에서 3자회담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한반도 평화의 실질적 당사자인 남.북.미가 종전협정을 맺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일 것”이라고 지적, 김근식 교수와 달리 종전.평화협정 모두 남.북.미 3자가 체결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고 교수는 또 “북한은 제네바합의 이후 잃어버린 10여년의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북미관계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며 “한국전쟁 종료 선언이 이뤄질 경우 북한은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북미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와 개혁.개방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김성배 책임연구위원은 “종전선언 등 평화체제 구축 방안에 있어 3자가 해야 할 일과 4자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김 교수나 고 교수와는 다른 견해를 내놨다.

김 위원은 “전쟁상태를 종식시키는 문제에 있어서 중국을 포함한 4자가 참여하는 것이 타당해 보이나 신뢰구축 문제에 있어서는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남.북.미가 직접 당사자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 종전협정은 4자가, 신뢰구축은 남.북.미가 주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은 ‘남북 정상회담과 한반도 주변정세’ 제하 주제발표에서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한반도 시간표를 고려할 때 ‘선 종전선언, 후 평화협정’ 체결식의 단계적 접근보다는 하나의 패키지로 설정함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정상선언이 ‘각론’ 수준에서 합의된 것과 관련, “남측 대통령선거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남측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북측의 ‘전략적 고려’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김 위원은 “한반도 정세 대전환기를 맞아 앞으로 1년의 정세변화가 향후 6∼7년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한반도 시간표를 고려할 때 향후 1년여 내에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평화정착을 이루지 못하면 새로운 기회가 올 때까지 다시 수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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