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복잡할수록 원칙 지켜야 한다

26일 오후 9시30분경 서해 백령도 근해에서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1천200t급)이 침몰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침몰 과정과 사고원인 등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한 답이 나오고 있지 않다.


합참은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폭발시간이 26일 오후 9시30분 쯤이었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의 관련 가능성이 낮다고 언급했지만 침몰한 초계함 생존자인 한 대위는 내부 폭발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합참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보고를 받고 있다”면서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함정에 접근하기 전에는 어떤 원인도 예단하거나 단정지을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먼저 군 정보당국이 정확히 진상을 파악해야하고 밝혀진 경위에 따라 우리 정부의 입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사고 발생 초기 ‘북한 관련성이 낮다’고 예단한 정부 관계자의 발언은 신중하지 못한 자세로 보인다.


우리는 북한의 공격으로 밝혀질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생존자의 증언이나 1200t급 초계함이 내부의 ‘강력한 폭발’로 선체가 두 동강이 나고 20분 만에 거의 침몰됐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북한을 둘러싼 정세를 무시할 수 없다. 


북한의 개입 여부가 확인될 경우 우리 군은 지체없이 원래 세워두었던 작전계획대로 돌입해야 한다. 어정쩡하게 사태를 봉합하려 할 경우 우리 군은 더 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북한의 군사 전략전술에서 가장 오래되고 전통적인 전술은 대화와 동시에 군사행동을 병행하는 이른바 담담타타(談談打打)와,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공격하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이다.


이 두가지 전술은 마오쩌둥 유격전의 기본이었지만, 북한에서 이 전술이 중요한 이유는 김일성이 보천보 전투에서 사용한 것이 성동격서 전술이었다. 이 때문에 아무리 낡고 오래된 구태적인 전술에 불과할지라도 북한에서 ‘성동격서’는 김일성이 사용한 전술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는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


필자는 김정일 정권이 1주일여 동안 금강산에서 조사를 벌인답시고 남한과 이른바 대화를 하면서 서쪽을 공격했을 여지도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북한이 미국과 대화를 하거나 6자회담에 복귀하는 시기에 미사일 실험 등을 해온 사례들은 무수히 많다.


북한은 그동안 서해 NLL에서의 교전을 통해 군사력에서 한국 해군에 뒤떨어져 있음을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남북 함정간 전투는 다시 한번 북한군의 패배를 불러올 수 있다. 또 미사일로 한국 함정을 공격하는 행위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곧바로 ‘전쟁’이라는 인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우리 함정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빠지면서 한국과 미국이 쉽게 대응하기 어려운 일종의 ‘유격전’ 형태로 공격했을 가능성도 잠재한다.


2~4명으로 구성된 폭파소조(T/F팀)가 투입되어 기관실 하부에 폭파장치를 해놓고 빠졌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이 게릴라전을 벌이고 뒤로 빠질 경우, 한국은 그 증거를 잡아내는 데 꽤 시간이 걸릴 것이고, 또 설사 증거가 발견된다 해도  김정일 정권은 전 매체들을 동원하여 “남조선 호전광(好戰狂)들이 전쟁에 미쳐 날뛰고 있다”면서  북한 내부를 결속하는 동시에, 남한내 일부 친북세력을 동원하여 1987년 KAL기 폭파사건처럼 “남조선의 자작극”으로 몰아가면서 남한 사회를 둘로 쪼개면서 흔들어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계속 반대해온 대북 유화론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의 군사긴장만 조성할 뿐 ‘남북관계 개선’에 아무런 실효가 없다”는 식으로 떠들어대기에 좋은 빌미를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는 여러 가지로 심사숙고해야 하면서도 대한민국 공동체의 수호를 위해 결단을 내릴 때는 확실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사실을 환기해야 할 시점이다.


만약 북한의 공격이 확실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정부와 군은 혹시 잘못된 여론의 눈치를 보거나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를 감안하여 어떤 정치적 판단을 할 필요가 없이 군 본연의 자세에서 작전계획대로 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만약 북한의 공격이 확실할 경우에도 정부와 군이 저자세를 보이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은 계속 김정일 정권의 군사주의 대남전략의 인질상태로 끌려다닐 것이 명약관화하다. 이 점을 정부와 우리 국민들이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지금 김정일 정권은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으며, 화폐개혁 실패로 민심도 상당히 좋지 않다. 일부 지역에서 아사(餓死)자가 나오고 있다. 북한 주민들도 이제는 90년대 중반 당과 수령에 무조건 복종하며 굶어죽어가던 피동형 인간이 아니다. 비록 소극적이지만 당국에 저항하는 ‘능동형’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 김정일 정권은 미북 양자회담을 계속 주장하며 한미군사동맹 파기로 요약되는 ‘先 한반도평화체제’를 고집하면서 저강도 군사긴장 유발에서 고강도로 단계적으로 이동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부를 결속하여 나빠진 민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 한반도 군사긴장을 높이면서 남한을 압박하고 미북 양자대화를 강제하는  방법중 서해 NLL 도발은 매우 좋은 방법이다. 중국도 서해와 가깝기 때문에 북한이 긴장을 높이면 베이징 정권에게도 부담이 없지 않다. 다시 말해, 중국이 미국에게 ‘북한과 대화로 해결하라’고 촉구할 수 있는 빌미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 2년여 동안 김정일 정권의 초조감에서 빚어진 북한의 대외전략에서의 불안정성이 계속 노출되어 왔다. 특히 김정일의 뇌졸중 등 건강이상설이 나온 이후 그런 현상이 좀더 두드러진다. 하지만 북한정권이 전쟁을 도발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갑작스럽고 1회적인 ‘테러 방식’과 유사한 국지전을 계속 도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대한민국이 초대형 G20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해이기 때문에 김정일로서는 “한반도는 미-북간 군사분쟁지역임”을 계속 환기시키는 전략으로 가려할 것이다. 김정일은 그렇게 해야 생존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확한 진상이 밝혀져야겠지만, 우리 국민들은 경제 살리기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대한민국 공동체 지키기, 즉 안보에도 ‘공짜 점심은 없다’는 사실을 환기해야 할 시기이다.


그리고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 홍보방식도 과거의 반공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중시하는 ‘민관(民官) 정보공유와 시민참여형 안보’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안보분야에도  민관 거버넌스(governance)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분명하게 못박아 둘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처럼 김정일 정권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흘리고 여론을 호도하는 종북주의자, 위장 평화주의자들의 주장을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우 예민한 시기에 또 매우 예민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경우에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정세가 복잡해 보일수록 원칙을 지키는 것이 최고의 전략임을 환기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