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소식] 판문점에 일어난 변화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판문점. /사진=연합

진행: 지난 한 주간 한반도에서 화제가 됐던 주요 사안을 살펴보는 <한반도 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데일리NK 하윤아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당시 체결된 남북 군사합의서에 따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비무장화 조치가 마무리 됐습니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이 이제는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는 듯한 모습인데요. 하 기자, 지금 판문점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짙은 선글라스에 허리에 찬 권총, 코앞에서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하던 남북 JSA 경비병들. 우리가 JSA라고 불리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생각했을 때 흔히 이런 모습을 떠올리죠. 그런데요, 이제 앞으로는 이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 9월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거슬러가보면 찾을 수 있는데요. 당시 남측의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북측의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남북군사합의서에는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은 그동안 판문점 지역을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진행했고, 그 작업이 모두 마무리 됐습니다.

진행: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이 취해졌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죠. 가장 먼저 어떤 작업이 있었나요?

네. 남북은 지난 10월 1일부터 20일까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지뢰제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측 지역 땅에 묻힌 지뢰 5발 가량을 찾아내 폭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측 지역에서는 지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요. 이렇게 남북이 지뢰제거 작업을 각각 진행한 것을 유엔군사령부가 중간에서 검증을,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이 지역에 지뢰는 없다는 검증을 했습니다.

진행: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이 끝난 뒤에는 어떤 조치가 취해졌습니까?

지뢰제거 작업이 20일 공식적으로 종료된 후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초소와 병력, 화기의 철수작업이 이뤄졌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9.19 남북 군사합의서에는 남과 북 그리고 유엔군사령부 등 3자가 지뢰제거가 완료된 때로부터 닷새 이내에 쌍방 초소들과 인원, 화력장비를 전부 철수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남북 초소와 병력, 화기 철수작업이 이뤄졌고 25일까지 모두 완료됐습니다.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으로 공동경비구역 무장화 조치가 취해진지 42년만에 다시 비무장 상태로 전환된 것이죠.

진행: 조금 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을 말씀하셨는데, 이 사건으로 그동안 남북 경비병들이 공동경비구역에서 무장 상태로 근무를 하게 됐죠? 어떤 사건인지 청취자 분들께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까요.

네. 때는 1976년 8월 18일 한 여름이었습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부근에서 미군 6명과 남측 군인 5명으로 구성된 유엔군사령부 경비병들이 민간인 5명과 함께 전방 시야를 가리는 미루나무 가지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던 중 북측 군인들의 기습 공격을 받았는데요. 당시 북측 군인들은 도끼를 들고 뛰어와 미군 장교 2명을 살해하고 다른 경비병들에게도 중경상을 입혔습니다. 가지치기 작업을 중단하라는 북측의 요구를 무시하고 유엔사 경비병들이 계속 작업을 진행하자 북한군 30여명이 준비한 도끼와 쇠망치를 휘두른 것이죠. 이 사건으로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폐쇄가 됐고, 공동경비구역 내에 콘크리트 턱으로 된 군사분계선이 설치됐습니다. 서로 뒤섞여 있던 남북 초소도 각각 남쪽과 북쪽으로 나뉘게 됐고요. 그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판문점 경비병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권총 등 무기를 소유한 채로 근무를 하게 됐죠.

진행: 북한 당국이 저질렀던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한지 42년만에 다시 예전의 상태로, 남북의 경비병들이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무기 없이 자유롭게 양측을 오갈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볼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남측 국방부에 따르면 남과 북, 그리고 유엔군사령부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조치 이행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지난 26일과 27일 공동경비구역 내 남북 모든 초소와 시설물 등을 대상으로 공동검증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남측과 북측, 유엔사 측에서 각각 중령, 대령급 인사들이 3자 대표로 공동검증에 참여했고, 이를 통해 공동경비구역 모든 지역에서 상호 간 비무장화 조치가 충실하게 이행됐음을 직접 확인,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 그럼 공동경비구역을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남은 과제랄까요? 앞으로 남은 조치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앞으로 남·북·유엔사는 ‘3자 협의체 회의’를 통해 공동경비구역 내 자유왕래에 대비한 신규 초소 설치와 감시장비 조정 방안 등을 협의할 예정입니다. 9.19 남북 군사합의서에 따라 공동경비구역 내 북측 초소 5곳과 남측 초소 4곳이 철수했는데, 이제 비무장 상태로 되돌아가면서 자유왕래가 이뤄짐에 따라 새롭게 북측 초소 2곳, 남측 초소 2곳이 설치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신설되는 초소에서 근무하는 병력은 비무장 상태로 경계를 서게 되고요.

진행: 공동경비구역 내에서 남북 경비병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모습은 우리가 언제쯤 보게될까요?

남측 국방부 관계자는 공동경비구역 자유왕래가 연내에 실현될 것이라면서 이르면 다음 달 중에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남과 북 각각 35명의 비무장 인원들이 공동 경비하는 형태가 되고, 이들은 노란색 바탕에 ‘판문점 민사경찰’이라는 파란색 글씨가 새겨진 완장을 왼팔에 차고 근무를 하게 됩니다. 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하는 남북한 민간인과 관광객, 외국인 관광객 들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공동경비구역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고 하네요.

진행: 그동안 공동경비구역은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 그곳을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견학이나 관광을 할 수 있게 됐다니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판문점에서는 벌써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요?

네. 지난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측 대표단이 탄 차량이 공동경비구역 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지역까지 바로 이동해 상당히 눈길을 끌었는데요. 정상회담을 제외한 판문점 남북회담에서 대표단이 차량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상대측 지역으로 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 전에는 차량에서 내려 직접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갔었거든요. 다소 번거롭게. 그래서 이번 사례가 곧 실현될 공동경비구역 자유왕래의 신호탄이 아니냐 이런 평가도 나왔습니다.

진행: 그렇군요. 그런데 남북 군사합의서를 보면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외에도 여러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들이 있던데요. 앞으로 예정된 남북 간의 긴장완화 조치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까요.

네. 먼저 다음달인 11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를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이 중단됩니다. 이에 따라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의 해안포 포문이 폐쇄되고 해안포 사격도 전면 중지되는데요. 북한은 황해도 장산곶과 옹진반도, 강령반도의 해안가를 비롯해 서해 기린도, 월내도, 대수압도 등에 해안포 900여 문을 배치해 놓고 있습니다. 황해도 내륙지역에도 방사포를 포함한 각종 포 수백문이 배치돼 있는데, 이 포문들을 모두 폐쇄하는 것이죠. 이러한 해상에서의 적대행위 뿐만아니라 지상과 공중에서의 적대행위도 다음달부터 중지될 예정입니다.

진행: 비무장지대 안에 전방 감시초소 일부를 시범 철수하는 조치도 이뤄질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남북은 올해 말까지 시범 철수하기로 합의한 남북 각각 11개의 감시초소에 대해 11월 말까지 병력과 장비를 철수하고 완전파괴 조치하며, 12월 중에 상호검증을 통해 모든 철수 조치를 완료하기로 했습니다. 또 이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나머지 모든 감시초소를 철수시키기 위한 실무협의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남북은 또 한강과 임진강 하구에서 민간 선박의 자유항행을 보장하기 위한 사전조치로 남북공동조사단을 남북 각각 10명으로 구성해 다음 달 초부터 공동 수로조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진행: 네.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서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들이 하나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데일리NK 하윤아 기자와 함께 짚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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