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공을 떠도는 ‘유령’ 세 가지

▲거짓말, 망상, 오만의 교집합 김정일 (사진:연합)

지금 한반도에는 세 가지 ‘유령’이 떠돌고 있다. 유령은 실체가 없다. 실체가 없는데도 실체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한다. 그것이 유령이다.

유령의 이름은 각각 다르다. 첫 번째는 ‘거짓말’, 두 번째는 ‘망상(妄想)’, 세 번째가 ‘오만(傲慢)’이라는 이름의 유령이다.

‘거짓말 유령’은 김정일이 말한 ‘한반도(조선반도) 비핵화’다. 김정일은 실체가 없는 ‘한반도 비핵화론’을 들고 나왔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핵을 모두 폐기하면 자동적으로 완료된다. 그러나 이 ‘거짓말 유령’은 곧 재개될 6자회담에서 얼굴을 바꿔가며 회담을 공전시킬 전망이다.

‘망상 유령’은 민족공조다. 이른바 ‘우리민족끼리’다. 이 유령은 남북을 오가며 한반도를 휘젓고 다닌 지 이미 오래 됐다.

민족공조는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수령독재체제가 민주주의 정부로 전환된 다음, 남북한 7천만 민족끼리 함께 미래를 개척해 가는 것이 진정한 민족공조다. 김정일 독재정권과 공조해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평화통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이다. 그러나 이 유령도 계속 한반도 상공을 떠돌 것이다.

김정일 이후 북한의 주인은 2천3백만 북한 사람들

‘오만 유령’은 향후 북한이라는 나라의 주인이 누구냐를 다투는 문제와 관련된다. 이른바 ‘김정일 이후의 북한’이다. 이 유령은 아직 그 얼굴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고 있다.

중국이 ‘경제동북공정’으로 김정일 이후 북한을 먹으려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제국주의’ 미국이 김정일 정권을 전복시키고 평양에 성조기를 올리려 한다는 이야기도 돌아다닌다.

비록 한-미간 ‘개념계획’으로 봉합되긴 했지만, 남한정부가 작계 5029를 거부한 배경이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미국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말도 들린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 따라 김정일 이후의 북한은 당연히 남한의 행정구역으로 재편되어 한다는 주장도 많다.

이같은 주장이나 관측이 틀렸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나 모두가 확인해두어야 할 원칙이 있다.

북한의 주인은 누구인가? 2천3백만 북한 인민들이다. 이들이 김정일 독재정권을 종식시키고 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할 주인들이다. 김정일 정권을 변혁시키는 실질적인 주체가 누가 되든 김정일 이후 북한의 주인은 북한 인민들이 되어야 한다. 이들이 새 민주주의 정부를 건설하고 북한을 재건해야 할 주체세력들인 것이다.

그 어떤 논리든 주장이든, 이들을 배제한 채 김정일 이후 북한을 ‘누가 따먹느냐’는 문제로 다투는 것은 ‘오만’이다. 그러나 이 ‘유령’도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의식을 흐려놓을 전망이다.

북한 핵은 4가지 조약과 약속 위반

이 세 가지 유령은 서로 따로 떨어져 놀고 있지 않다. 거짓말과 망상과 오만은 북한 핵폐기→북한정권 민주화→한반도의 공고한 평화구축→평화통일→동북아 평화로 가는 행로에서 서로가 얽히면서 본질을 흐려놓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유령들 사이에는 공통점, 즉 서로 겹쳐지는 교집합이 있다. 그것은 ‘김정일’이다. 김정일에게 유리하든 불리하든 이 유령들은 김정일이 생산했고, 김정일로부터 기인한 것이다.

유령은 그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 죽게 돼 있다. 따라서 유령 퇴치는 실체를 규명하는 작업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 첫 단추는 김정일이 내놓은 ‘한반도 비핵화론’을 퇴치하는 것이다.

김정일은 “우리의 목표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이며,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했다. 이것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은 이미 온 세상이 다 알고 있다.

‘한반도비핵화에 관한 남북공동선언’ 후 남한은 비핵화가 실현되었다. 김정일은 94년 제네바 합의에서 핵 프로그램 동결과 7년 뒤 사찰수용을 ‘합의’해놓고 각종 핑계로 사찰을 미루다 2002년 10월 HEU(고농축우라늄 핵) 프로그램으로 뒤통수를 때렸다. 지난 2월 10일에는 핵보유를 공식선언했다.

이로써 북한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제네바 합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협정, 남북기본합의서 등 4가지 국제조약과 합의를 위반한 것이다. ‘핵개발 총사령관’ 김정일은 명백한 범법자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은 모든 것을 미국 탓으로 돌리며 한반도 비핵화를 들고 나왔다.

얼굴 바꾼 ‘조선반도 비핵화’ 들고 나오면 회담 접어야

따라서 이번 6자 회담에서는 김정일이 조작한 이 첫 유령을 퇴치하는 데 5개국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 중국, 러시아도 이 문제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첫 유령을 퇴치하면 관련국 모두에게 유리해진다. 핵무기가 소멸된 한반도는 국제사회 모두가 원하는 것이고, 핵이 없는 북한은 개혁개방과 민주화의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7월 26일 제4차 6자회담이 개막된다.

만약 이번 4차 6자회담에서도 북한이 군축회담론, 미북 수교론, 핵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동결론이나 과거 일부 핵물질 한시사찰 허용론 등으로 얼굴만 바꾼 ‘한반도 비핵화’를 들고 나온다면 6자 회담은 접는 것이 좋다. 그 시기가 앞당겨질수록 좋다.

손광주 편집국장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