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공서 ‘치킨 게임’ 진행중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둘러싸고 한.미.일과 북한 사이에 ‘치킨 게임(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국제정치학상의 게임이론)’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 방침에 한.미.일에서 제재.요격론이 나오고 이에 맞서 북한은 로켓 발사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만 해도 6자회담이 파탄나고 비핵화 과정도 되돌려지며 극단적으론 추가 핵시험도 할 수 있다는 시사를 내놓고 있다.

치킨게임이란 원래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동차를 갖고 이뤄지던 게임이다. 도로 양쪽에서 자동차를 정면충돌하게 마주보고 몰다가 한쪽이 핸들을 꺾어 양보하면 겁쟁이(치킨)로 패하게 되고,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으면 둘다 치킨이 되는 것은 면하지만 공멸하게 되는 게임을 당시 미국과 소련간 군비경쟁에 이론적으로 적용한 게 국제정치학 용어로 굳어졌다.

이해완 성균관대 교수는 한반도평화연구원(원장 윤영관)의 홈페이지에 최근 올린 ‘한반도 위기상황과 쿠바 미사일 위기의 교훈’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현 한반도 정세를 “결과적으로 모두가 원하지 않는 파국적인 결말”을 맞을 수 있는 ‘치킨게임’ 양상이라고 규정했다.

핸들을 뽑아 던져 버리고 이를 상대방에게 알려 자신의 차가 계속 돌진할 것이라는 것을 믿게 함으로써 ‘치킨게임’에서 이길 수도 있으나 이는 위험한 게임을 더욱 위험천만의 게임으로 만들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으므로 “마지막 순간까지” 핸들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이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자칫 제3차 세계대전으로 치달을 수 있었던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가 파국없이 협상에 의해 해결되고 종국적으론 핵군축과 데탕트의 실마리를 제공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남북한과 미국, 일본 등 관련국 지도자들에게 이로부터 교훈을 얻을 것을 제언했다.

이 교수가 ‘쿠바 미사일 위기’의 해결 과정, 정확히는 존 F. 케네디 당시 미 대통령의 대응으로부터 추출해낸 교훈은 목표의 우선순위를 올바로 정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며, 그러나 상대방의 합리성을 너무 믿지 말고, 유동적인 위기상황에서도 끝까지 냉철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4가지다.

목표의 우선순위와 관련, 이 교수는 `북한 미사일 위기’에서 “최대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막으면서도 남북간, 북미간 혹은 6자간 대화채널을 복원하고 무력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을 중요한 전략적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케네디는 “소련을 자극하여 핵전쟁을 야기하지 않으면서도 쿠바로부터 소련 미사일을 철수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당연한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만약 “쿠바에서 소련 미사일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에만 목표를 뒀다면 핵전쟁 방지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역지사지’ 교훈에 대해 이 교수는 “상대방이 겉으로 내세우는 주장이나 입장의 이면에 있는, 실제로 절실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그것을 내가 절실히 원하는 것과 적절히 결합한 해결책을 강구”하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국 정부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의 주된 주제의 하나는 “소련이 실제로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있었고 그 결과 케네디는 소련을 겨냥한 터키배치 미사일의 철수와 쿠바배치 소련 미사일의 철수를 교환하는 협상안을 비밀리에 소련에 제시, 타결했다.

이 교수는 “겉으로 드러난 상대방의 입장은 나의 입장과 양립 불가능하지만, 상대방이 내면적으로 절실히 원하는 것은 내가 절실히 원하는 것과 충돌하지 않아 그 둘을 동시 달성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며 한반도 긴장 해소에도 이러한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상대방의 합리성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교훈과 관련,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미국 군부 일각에선 미사일기지에 대한 정밀타격 요구가 강했고 이런 주장엔 그렇게 해도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으나 케네디는 작은 무력충돌이 상승작용을 일으킬 경우 이성적 통제를 벗어나 핵전쟁이 발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각심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냉철함 유지 교훈과 관련, 미국의 정찰기가 소련의 미사일에 격추돼 조종사가 사망하자 쿠바 공습론이 다시 높아졌으나 케네디는 “내가 염려하는 것은 (충돌의) 첫번째 단계가 아니다. 양쪽이 네번째, 다섯번째 단계로 상승해 가는 것이다. 여섯번째 단계는 아마도 더 이상 그렇게 할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냉철을 유지했다고 설명하고, 남북한 지도자들에게도 이를 본받을 것을 주문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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