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만이 평화통일 지름길

▲ 대포동 미사일 발사 모습<조선중앙TV>

북한의 핵보유 성명 이후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북핵도 통일되면 민족의 자산이니 반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고 한다.

이런 시각을 가지고 본다면 북한의 핵보유 성명은 ‘우려스러운 사태’가 아니라 ‘기분 좋은 사건’이 되고 만다. 하지만 이 주장은 두 단계에서 심각한 논리적 모순을 가진다.

우선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정착하면 국제사회와 한반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핵확산방지조약(NPT) 체제를 약화시켜 핵확산 가능성을 증가시키며, 동북아에서는 일본의 군사현대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어 새로운 군비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

북핵은 남북평화 위협

한반도에 미치는 파장은 더욱 직접적이다. 북핵은 남한을 위협할 수 있는 기습 공격력의 증강을 의미하게 되어 남북간 군사균형의 변형을 초래한다. 핵무기 자체의 사용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북한이 소규모 도발을 저지르고 나서 이를 새로운 기정사실로 만들어 가는데 핵무기는 훌륭한 위협수단이 될 수 있다.

한미간 이견을 심화시키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수도 있으며, 그러면서도 한국으로 하여금 한미동맹과 미국 핵우산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강요한다. 당장 북핵을 억제할 물리력을 가진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대미 안보의존이 심화되고 자주국방의 공간이 좁아지는 것이 현재의 안보현실이다.

북한이 핵을 완력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 남북대화에서 한국은 수세적 자세에 내몰릴 수 있으며 일방적 양보를 강요당할 수 있다. 이는 곧 상호 호혜적인 건전한 남북관계가 저해됨을 의미한다.

이렇듯 북핵의 기정사실화가 가져올 폐해가 막중함에도 ‘통일이 되면’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이를 정당화시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렇다면 우리도 핵무기를 가지면 되지 않느냐”라는 반문이 가능할 것이나, 이 또한 현실을 모르는 소리이다. ‘민족적 정서’만을 내세운다면 남북한이 모두 핵보유국인 상태로 지내는 것이 최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상호간 국방비도 줄어들 것이며, 통일이 되면 통일한국은 주위의 강대국들에게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핵강대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택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핵개발을 추진할 때 감수해야 하는 각종 불이익은 시장경제 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그런 주장은 결국 북한만 핵무기를 보유하는 상태를 허용하자는 논리와 같게 된다.

한반도 비핵화만이 평화통일의 지름길

다음으로 “북핵도 통일되면 우리 핵”이라는 논리는 통일을 하지 말자는 논리와 같다.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한이 민족적 역량을 합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세력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설령, 남북한이 평화적 통일을 이룰 수 있을 만큼 접근했다고 치더라도, 핵무기를 가진 통일한국의 탄생을 반길 주변세력은 없다. 결국 이 해괴한 논리는 그나마 희미한 평화통일의 가능성을 완전히 봉쇄하자는 주장이 되어버린다.

사실, ‘북핵도 통일되면 민족자산’이라는 시각이 확산된 데에는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끼친 영향이 적지 않다. 남북한의 한민족이 힘을 합쳐 일본사람들을 혼내주는 이야기에 많은 독자들이 후련함을 느낀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 현실이 아니다.

소설과 현실을 착각하지 말아야

북한의 핵보유 성명을 이 소설의 스토리가 현실화되는 과정으로 본다면 이보다 더 큰 착각이 없다. 솔직히 말해 이 소설을 바라보는 필자의 심정은 착잡했었다. 필자는 1990년대 초반 필자가 써낸 ‘평화적 핵주권론’ 관련 글들이 이 소설의 소재를 제공하는 데 기여했음을 알고 있다.

‘평화적 핵주권론’이란 “농축과 재처리는 핵무기를 만드는 데 긴요한 시설이지만 평화적 용도 또한 막중하여 금지 대상이 아니기에 한국은 이 기술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발전시켜야 하며, 북한에게도 금지하지 않아야 통일 후 남북한의 핵역량을 합칠 수 있다”라는 논리였다.

이 논리는 1991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농축 및 재처리의 포기 선언’과 그러한 선언을 권고한 미국의 지나친 압력을 비난하기 위해 제기한 것이었다. 이런 논리가 한미관계를 불편하게 하고 정부정책을 비난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필자는 여러가지 불편을 겪어야 했었다.

반면 소설「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남북한의 협력을 ‘핵무기’ 단계까지 확대하여 베스트셀러가 된 셈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보유는 남북한 관계 및 통일 가능성에 엄청난 악영향을 주는 것이기에 필자는 결코 이를 찬성하지 않으며, 남북한 동반 핵무장도 비현실적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필자라고 해서 “남북이 짜고 핵무기를 만들어 강대한 통일한국을 건설하자”라는 논리가 한국인에게 속시원한 카타르시스가 된다는 점을 왜 몰랐겠는가?

한반도 최대의 당면과제는 ‘북핵해결’

핵무기가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북핵문제를 내버려두어도 그만인 문제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방법에 있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어도 북한의 핵보유를 만류해야 한다는 원칙 자체는 쉽게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핵보유 강행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시간과의 싸움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한 두 개만의 핵무기를 가지는 것에 그친다면, 그것의 전략적 가치는 제한될 것이다. 극히 제한된 숫자의 핵무기는 미국의 ‘보복 위협’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어 ‘핵사용 위협’이 잘 먹히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핵보유국 대열에 남기를 작정한다면 미국의 ‘보복 위협’을 상쇄할 제2파, 제3파의 핵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때문에 핵무기의 숫자를 늘리고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이런 저런 상황들을 종합한다면 평화적 방법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늦지 않게 해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북핵문제는 이 시대를 사는 한국인 모두에게 있어 최대의 당면과제일 수밖에 없다.

김태우 /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뉴욕주립大 정치학박사(핵정책/핵전략 전공)
–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경기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한국핵은 왜 안되는가?>, <저승바다에 항공모함 띄웁시다>, <미국 핵전략 우리도 알아야 한다>(2003), <주한미군 보내야 하나 잡아야 하나>(2005)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