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平和무드’ 연말까지 순풍에 돛?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평화무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속도는 빨라지고 폭도 넓어지고 있다.

북한 핵시설의 연내 불능화를 골자로 한 6자회담 ‘10∙3 합의’에 이어 ‘남북정상 10.4선언’이 나왔다. 여기에 미북간 비정치 분야 교류와 미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의 소식이 더해진다.

13일 중국 선양에서 북일간 물밑 접촉이 재개됐다. 북한의 송일호 북일 수교교섭 특사와 일본의 동북아 과장이 선양에서 만났다는 소식이다. 대규모 남북경협 이행 움직임도 진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 내년에 평양과 워싱턴에 상주대표부가 설치될 가능성을 성급하게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상주대표부 설치’ 발언이 나오는 것부터 한반도 주변에 평화무드의 군불을 때보자는 의도가 읽힌다.

하지만 이러한 평화무드는 북핵시설 ‘불능화’ 시한인 올 연말까지 계속될 것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다만 북한이 6자회담에서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를 약속하고도 핵무기와 플루토늄 양에 대한 신고는 거부한 만큼, 약간의 갈등과 변동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화기류’라는 대세를 뒤엎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평화무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금은 판단하기 어렵다. 분위기에 따라 내년까지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일의 핵 포기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시점에서 교착상태를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한번 고조되기 시작한 평화무드는 쉽게 사그라지기 어렵다.

▲미-북관계= 북한이 연내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면 미국은 북한을 테러국가와 적성국 교역법 대상국에서 제외할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내년에 평양과 워싱턴에 상주대표부가 설치될 것이라는 애드벌룬이 뜨고 있다.

양국간 비정치 분야 교류가 시작되었다. 지난 6일부터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5개 도시 순회공연에 들어갔고, 미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내년 2월 평양 공연에 합의했다. 13일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 여자축구팀의 방미도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북 인도적 지원도 재개될 조짐이다. 미 국무부는 최근 40~50만 톤 규모의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미 국무부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입지도 강화되고 있어 미북간 화해무드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화해무드가 관계정상화의 단계로 진입할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그동안 미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미관계 정상화를 포함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실제 10∙3 합의 직후 라이스 장관의 평양 방문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해프닝으로 끝났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라이스 장관의 방북설이 또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신고내역을 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전망이다.

▲일-북관계=북한과 일본 양국의 국교정상화 교섭 담당 실무자들이 13일부터 중국 선양(瀋陽)에서 비공식 협의를 벌였다. 대북 온건파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정권 출범 이후 양국 실무 책임자가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북관계 움직임과 남북관계 진전에 따른 주변상황의 변화에 따라 일본 정부의 움직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양국 관계개선의 현안인 일본인 납치문제와 식민지배 등 과거사 청산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일본 정부는 납치된 모든 생존자의 송환과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북한은 ‘해결이 끝난 사안’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전망은 밝지 않다. 김정일은 10.2~4 남북정상회담에서 “(일본에 귀국한) 5명 이외에 (납북자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관계=대규모 남북경협과 ‘종전선언 추진’을 약속한 ‘2007 남북정상선언’에 따른 변화가 한반도 평화무드를 확산시키고 있다.

정부 여당은 ‘10.4 선언’ 이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도 남북경협에 대해서는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는 등 이행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 5단체도 12월 초 현장조사를 위해 100~200명 규모의 대규모 방북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평화체제’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종전선언은 북핵폐기 이후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우리 정부와 입장차가 분명하다.

남한내 갈등도 한창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는 발언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전체적으로 볼 때 대북 지원과 교류 등은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며, 당분간 미북관계, 일북관계도 평화무드를 타고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여전히 북핵문제에는 지뢰가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