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北 지역에 ‘종말의 시작’이 전개되었다

1.


북한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 아니 대한민국 정부와 우리 국민 모두는 2010년 2월 초를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손광주 데일리NK 편집국장이 데스크 칼럼에서 현재 북한에서 벌어지는 상황의 역사적 의미를 정확히 기술하였듯이, 북한은 이제 ‘절대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김정일의 ‘우리식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이 북한 인민의 ‘우리식 시장경제라는 현실’에 완패한 것이다. 손국장의 말처럼 ‘갑’과 ‘을’의 위치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고 그 결과 북한은 이제 더 이상 하나의 공동체가 아니라 이해가 완전히 상충하는 두 진영으로 동강이 나버렸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은 이제 김정일의 그 어떤 체제선전도 망상적 허구임을 북한인민들 스스로 이번 화폐개혁의 난리통에 확실히 체험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 점도 완전히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북한의 지배집단 스스로가 북한인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도 통제할 수도 바꿀 수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2012년에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는 김정일의 공언이 ‘허무 개그’임은 북한의 지배집단 스스로 뼈저리게 확인했을 것이다. 이제 폭정집단이 할 수 있는 일은 빼앗는 것뿐이다. 따라서 인민을 수탈하려는 세력과 먹고살기 위해 이에 저항하는 두 집단 간의 갈등은 피할 수가 없다.


특히 갑과 을의 위치가 바뀌어 피지배 집단의 저항력이 지배집단의 폭력보다 커질 경우, 마치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간 배처럼 그 사회는 반드시 전복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자칭 사회주의 국가라는 북한에서 일어나는 벌거벗은 현실이다.


II.


확인할 수 있는 점은, 김정일 폭정집단의 무능력과 인지부조화다.


한국에서라면 아주 영세한 사업체의 CEO도 이번 화폐개혁이 얼마나 무모한 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제한된 액수만 바꿔 주겠다는 강도적 발상, 즉 가장 고강도의 시장경제 압살책이 실패할 경우, 이제 그 어떤 다른 수단도 시장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은 명약관화하였다. 또 이러한 확신에서 북한인민의 자생적 경제활동이 훨씬 더 강대해지리라는 점을 김정일 집단이 몰랐다면, 그것은 ‘우리는 무능력하다’고 말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아가 이번 화폐개혁에 대한 북한인민의 반응에 대해서 김정일 폭정집단의 이해가 완전히 비정상적임이 드러났다. ‘인민은 장군님이 시키는대로 따라 할 것이다!’라고 믿었다는 것, 그 자체가 이제 김정일 집단의 현실파악 능력이 인지부조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을 말한다. 무능력에 현실파악도 할 수 없는 집단, 그러나 아직 충분한 폭력을 소유한 집단에게서 우리는 그 어떤 기적도 기대할 수 없다.



III.
이제 한국은 북한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북한과 한국이 사회주의도 시장경제도 아닌 제3의 길에서 만나 통일을 하겠다는 발상은, 그것을 아무리 아름다운 언어로 수식하더라도 현실이 될 수가 없다. 그것은 키 큰 사람의 발을 잘라 키 작은 사람의 발에 붙이겠다는 것과 같다.


또한 통일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합의 없이는 통일비용이라는 말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동어반복적 진리를 무시하고, 막대한 통일비용을 이유로 무조건 통일을 반대하는 자칭 현실주의자들도 실은 현실을 도외시 하고 있다. 통일이 남북 주민의 생활수준과 소득을 반드시 동일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할 필요는 전혀 없다. 차라리 통일은 북한의 산업을 재건하고 북한을 민주주의 국가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다만 정치적 통일 후에 경제적 통합이라는 과정을 수행할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 통합 후에 정치적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의는 시급히 필요하다. 


이제 정부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은 북한의 급변사태 시에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것은 한반도의 남쪽에 위치한 대한민국을 북한으로부터 떼어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없는 한 피할 수 없다. 통일이 가능한 순간에 한국의 지도자들이 머뭇거려 그 역사적 기회를 놓친다면 그 한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다른 한편, 단기적으로 한국정부가 깊이 숙고해야할 문제가 있다.


북한의 내부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의 이곳저곳에서 이미 아사자가 나오고 있으며, 북한당국이 고시한 쌀 가격 ‘240원/kg’도 구화폐를 기준으로 하면 10배 이상이 오른 가격이다. 북한인민의 고통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식량을 원조할 경우 분배투명성, 군대로의 전용여부가 항상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쌀과 옥수수 등은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공산품이 아니다. 고위층이 빼돌려도 결국 시장에 내다 팔게 되고, 군대에 전용되더라도 그만큼 군대가 북한인민을 덜 착취하게 된다. 즉 필요한 식량의 총량이 문제다.


한국국민이 해방 후부터 오랜 기간 미국의 잉여농산물법 PL480에 의해 무상원조된 밀가루를 통해 굶주림을 넘길 수 있었듯이, 한국도 북한의 식량문제에 구조적으로, 적시에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차라리 북한의 식량문제의 중요부분을 한국이 떠안는 것도 검토할 만 하다.


왜냐하면 북한인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통일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을 모든 북한 전문가들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폭정집단이 한국의 식량원조를 통해 수명연장에 도움을 받으리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체제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북한인민의 삶을 위한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이 사람이 죽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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