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현안 검토시작 단계

출범 한 달을 맞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와의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한반도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꼽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출범 직후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한 국정어젠다에서 북한과의 ‘터프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천명하고 한.미공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북핵 등 한반도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을 뿐 긴급현안으로 다뤄지지는 않고 있다.

특사외교를 통해 국제현안에 대해 신속하고 집중적인 대응을 해나가고 있는 오바마 정부에서 중동특사, 아프간.파키스탄 특사는 결정돼 벌써 활동에 나섰지만 북핵특사는 아직까지 유력 인사가 거론만 되고 있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데다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오바마 정부는 대북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임 부시 정부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오바마 정부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인식과 철학을 반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대북정책 검토작업을 언제까지 마칠지는 확실치 않다. 아직 대북정책을 담당할 관련부서의 차관.차관보 등 대부분 고위 관리들도 공식 임명되지 않은 상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취임 후 첫해외순방으로 한국.일본.중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4개국 방문에 나선 것도 대북정책 검토과정의 하나다.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부시 행정부의 ‘일방적.독단적 외교’를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클린턴 장관의 방문은 대북정책에 대한 관련국들의 견해를 청취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 13일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한 연설 및 기자들과의 전화회견을 통해 이번 방문에서 한.중.일 3국과 북핵문제 진전에 대해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검토 중인 대북정책의 윤곽을 맛보기식으로 제시했다.

그는 북핵문제를 ‘아시아 안정을 흔드는 가장 첨예한 위협’이라고 규정,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 해결을 위해 부시 행정부가 추진해온 6자회담을 지속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클린턴 장관은 물론 오바마 대통령도 앞서 대선과정에 6자회담이라는 틀이 북핵문제 해결에 유용한 채널임을 역설했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의 ‘직접 외교’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6자회담 틀내, 혹은 6자회담과 별개로 북한문제과의 양자 접촉도 활발히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클린턴 장관은 북한이 6자회담 합의 내용을 진심으로 이행할 의향이 있으면 북핵문제 해결과 함께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 등을 동시에 추진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연설에서 “북한이 진정으로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게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면 미국은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한반도의 휴전협정을 항구적 평화조약으로 대체하고, 에너지와 북한 주민들의 다른 경제적 필요를 충족할기 위해 지원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하면’..”이 아니라 “..완전히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면’..”이라고 언급한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오바마 정부는 대북 유화적 접근과 더불어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선 원칙있고 강경한 대응을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터프한 직접외교’를 강조하며 ‘터프’를 강조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미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대남공세 강화 및 대포동 2호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아직까지 겉으로 드러나는 움직임은 없다.

한.미 FTA를 담당하는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대한 상원 인준이 늦어지고 있고, 아직 미국 내에서 FTA가 핵심이슈로 거론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자유무역’보다 ‘공정무역’을 강조하고 있어 한.미 FTA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FTA에 관련된 사람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전임 부시 행정부의 유산인 한.미 FTA를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7대 교역대상국인 한국과의 FTA가 미국에게도 많은 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의회의 FTA 관련 주요인사 및 전문가들은 한.미 양국간 재협상이나 추가협상 등을 통해 FTA에서 자동차 분야 등 일부 내용을 수정한 뒤 오바마 정부 및 의회가 이를 비준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또 올해가 오바마 정부 원년인 데다가 경제위기 등을 감안할 때 그 시기는 2010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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