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동북아 평화체제 토론회 요지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이 31일 주최한 국제 학술회의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문제에 관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분리, 동북아 비핵지대 설치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특히 이장희 한국외대 대외부총장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전통적 평화조약’형보다 적대관계 종식, 군사적 신뢰조치, 평화협정 등을 포괄하는 ‘평화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고, 그래머 오튼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동북아 지역안보 체제의 틀 안에서 가장 잘 다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미.일.중.러 등 주변 강대국들이 동북아 안보협력체제라는 이름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반면 한국은 주변 강대국들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면 불공평하다며 주변국들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범위를 엄밀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둔치우 중국사회과학원 세계역사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역시 6자회담의 동북아다자안보기구화를 주장하면서도 다자 안보체제가 한 국가의 내정을 간섭하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국제적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토 나리히코 일본 중앙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통일없이는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안정이 현실화될 수 없다며 한국의 통일이 동북아 평화공동체 구축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한국 정전협정 종결과 동북아시아 새 평화체제 구축’ 제하로 열린 세미나의 발제 요지.

▲이장희 부총장 = 남북한이 전쟁 상태를 법적으로 종결하고 평화상태를 국제법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서는 ‘전통적 평화조약’형보다 ‘평화체제’가 한반도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다. 평화체제는 적대관계 종식, 군사적 신뢰조치, 평화협정 등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입체적 개념이다.

‘남북 기본합의서 평화의정서(평화문서)’를 남북 정상이 평화공동선언(종전선언) 형태로 채택한 다음, 각자의 국회에서 비준동의서를 교환해야 한다. 평화문서 안에는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규정한 ‘평화관리기구 설치’ 조항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4자회담에서 보장과 지지를 동시에 받는 ‘한반도 평화보장조약’을 채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 및 중국과 긴밀하고 현명한 의견 조율이 시급하다.

현재 한국에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선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반도 상황이 특수하기에 평화공동선언 방식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분리하는 것이 적합하다. 따라서 1차적으로 남북이 궁극적인 종전을 하기 위해 공동선언 방식의 ‘적대관계 종식 선언’을 하고 추후 남.북한과 미국, 중국 4자가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한반도에서 전쟁을 법적으로 종결하는 종전선언을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조성렬 실장 = 동북아 안보체제가 다룰 수 있는 한반도 문제의 범위를 어디까지 잡아야 하는가는 고민거리다. 그 동안 우리 정부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남북 당사자 원칙’을 견지해 왔다. 따라서 동북아 안보협력체제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한다면 이것은 남북한 당사자 원칙과 배치되는 것이다.

특히 미.일.중.러 등 주변 강대국들이 동북아 안보협력체제라는 이름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반면 정작 한국은 주변 강대국들의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불공평하다. 따라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주변국들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범위를 엄밀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또 6자회담 과정 속에서 사무국 설치나 동북아 검증체제, 비확산체제 등 제도화 논의를 병행함으로써 동북아 안보협력체제 논의가 1회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머 오튼 교수 = 한반도 휴전 상태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 4국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휴전상태의 전환은 6자회담과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 달려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동북아 지역안보 체제의 틀 안에서 가장 잘 다뤄질 수 있다. 핵과 미사일에 대한 결의나 휴전 상태의 전환만으로는 남.북한의 정치적 긴장상태를 해소할 수 없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종식시키지도 못한다.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의미의 정치.안보 문제는 지역적 체제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것이다.

▲리둔치우 선임연구원 = 6자회담을 동북아 안보를 위한 정기적 대화 또는 협상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북핵위기 뿐만 아니라 북.미간 충돌 또는 동북아 안보와 관련된 기타 분쟁을 모두 정례화된 시스템을 통해 대화하거나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

6자회담이 안보체제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베이징(北京)에 사무소나 연락소를 둬 일종의 상설기구로서 일상적인 업무와 연락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 또 6자의 틀을 장관급 안보대화로 점차 발전시키고 이를 역내 정상회담이나 군수뇌회의 등으로 점차 높여나가야 한다.

그러나 다자간 안보체제가 한 국가의 내정을 간섭하는 도구가 되지 않도록 국제적 성격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이토 나리히코 교수 = 미국은 엄청난 양의 핵무기를 소유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핵무기에 의한 위협정책은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북한에 강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 핵문제의 본질은 북한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인 것이다.

오로지 북한에만 핵무기를 파괴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고 현실성도 없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비핵지대를 창설하는 것을 제안한다. 미국의 핵우산 하에 있는 한국과 일본도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도 그들이 갖고 있는 핵무기의 완전한 해체를 결의하고 핵무기의 완전한 폐지를 목표로 하는 유엔 총회 결의를 해야 한다. 또 일본의 헌법 제9조가 폐지되고 일본이 전쟁을 개시할 수 있는 국가가 된다면 동북아는 무기경쟁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막아야 한다.

사실상 한국의 통일이 없이는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안정이 현실화될 수 없다. 한국의 통일은 동북아 평화공동체 구축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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