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입체적 변화’에 돌입했는가?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의 맥박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 4월 하순 미-중 정상회담에 이은 재중 탈북자의 미국 망명,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발언과 연내 남북정상회담 추진, 6월 김대중 전대통령의 방북, 미 상원의 ‘대북관계 정상화 법안’ 추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움직임, 북한매체의 한나라당에 대한 잇단 협박 등은 현재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단순한 ‘정세변화’라기보다 향후 ‘한반도의 운명문제’와 관련한 입체적인 변화로 바뀌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변화의 내용은 물론 차원과 속도가 달라진 느낌이다.

노대통령의 ‘대북 물질적, 제도적 지원’으로 요약되는 몽골발언 직후 “한반도의 운명을 미국에만 맡길 수 없다”(청와대 고위관계자), “노대통령, 부시행정부에 인내심 잃어가고 있다”(문정인 국제안보대사) 등의 ‘위험한 발언’은 한반도를 둘러싼 변화에 현 정부가 뭔가 초조해져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쯤 한반도에서 도대체 어떤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미국의 제2 금융조치 예상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인 현안은 여러 가지로 보인다. 그러나 여러 현안들은 역시 북한 핵문제로 수렴된다. 북한의 위조달러, 마약거래 등에 따른 미국의 금융조치는 북핵문제의 파생현안으로 시작되어 탈북자를 비롯한 북한인권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방코델타아시아(BDA)에서 촉발된 미국의 대북금융조치는 미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세계 각국의 은행으로 하여금 대북거래를 꺼리도록 만들고 있으며, 북한선박에 대한 보험제공 금지조치 등으로 이미 북한의 무역거래는 대외결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스위스 은행에 예치해둔 김정일의 비자금(45억달러 추정)도 실제로 동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최근 알려지고 있다.

또 14일 일본의 교도통신은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에 관여한 혐의가 있는 북한기업과 거래하는 중국내 복수의 ‘소규모 은행’에 대해 미국이 새로운 제재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제재는 위폐제조에 따른 금융제재가 아니라 WMD 개발, 확산에 관여한 북한 기업과 거래하는 금융기관을 겨냥한 것이다. 만약 이 조치가 현실화되면 BDA 경우와는 대비가 안된다.

북한경제에서 군수산업(제2경제)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증언대로 제3경제(당경제-사실상 김정일 개인경제)를 30% 정도로 잡으면 제1경제(국가경제) 20%, 군수경제는 50% 정도에 달한다. 북한이 각종 군수산업으로 벌어들이는 총수입이 얼마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미사일 판매로 버는 연간 수입이 5억달러 정도로 추산돼 왔고, 또 WMD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최고인민회의에서 추인되는 북한의 일년 예산이 20억달러 정도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낮게 잡아도 5억달러라면 엄청난 액수다.

또 군수경제가 모두 WMD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다. 군은 내각과 별도로 독자적인 무역도 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내 ‘복수의 소규모 은행’이 북한의 WMD 확산과 관련한 군수기업과 거래를 했다면, 북한군의 무역거래도 겸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만약 미국이 새로운 조치를 취할 경우 북한군 전체에 미칠 영향은 지대할 수밖에 없고, 이는 선군정치를 하고 있는 김정일 정권의 존망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 문제다.

美 돈줄죄기와 인권, 투 트랙 활용

지금 미국은 국내법에 따른 금융조치로 김정일 정권의 돈줄 말리기와 탈북자 망명수용 등 인권문제라는 투 트랙(two-track)으로 김정일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실질'(돈줄 말리기)과 ‘명분'(인권), 이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90년대 초 제1차 북핵위기에 이은 10년 이상의 대북정책 시행착오에서 벗어나 비로소 김정일 정권 다루기에 정확한 루트를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미국의 투 트랙 전략은 김정일 정권이 6자회담에 복귀하여 9.19 공동성명 프로세스에 따라 북핵폐기 절차로 들어가는 실질적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 확대되면 되었지, 축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미 국무부내 협상파들도 9.19 공동성명에 따른 ‘행동대 행동’ 원칙에서 핵폐기 절차로 들어가는 북한의 ‘실질적 先행동’에서 양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이 이같은 전략을 선택하게 된 배경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제한폭격 등 ‘전쟁의 방법’을 사실상 포기한 사정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9.19 공동성명에 ‘미국은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문구가 들어간 이후, 지금까지 미 정부 관계자로부터 ‘(무력사용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는 식의 발언은 나온 적이 없다.

따라서 북한이 핵물질을 테러집단에 이전하는 등 先도발을 하지 않는 이상 미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전쟁의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재 6자회담 당사국 중 ‘미국이 전쟁을 일으킨다’고 떠드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 또 북한을 제외하고 누구든 6자회담을 먼저 깨기 힘들 뿐더러, 설사 안보리에 회부돼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대북 무력제재는 사실상 어렵다.

그런 한편 지금 미 행정부 내에서 6자회담을 통해 김정일 정권이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며, 이같은 상황에서 투 트랙 전략은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아울러 대북 금융조치가 미국 국내법에 의거해서 진행되는 만큼 다른 나라의 협조를 구해야 할 필요가 별로 없기 때문에 추진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또 미국은 여전히 6자회담을 열어놓고 북한의 복귀를 종용하고 있다. 아울러 6자회담 내에서 한반도평화체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으며, 18일 뉴욕타임즈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미국은 핵문제와 한반도평화체제를 논의하는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역시 북한이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이 입증돼야만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전략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여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투 트랙 전략을 거두어 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중국의 이중 행보와 한반도 시야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이중적 행보를 보이는 쪽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다. 중국의 목표도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국제지원을 받으며 개혁개방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은 맞다. 문제는 북한이 6자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미국의 압박을 받는 김정일 정권이 스스로 중국 품으로 찾아오도록 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물론 중국이 핵포기를 설득해도 김정일이 말을 안듣는다는 사실을 중국도 알고 있다. 4월 중국의 차오강촨 국방부장이 방북했을 때 김정일은 군부대 시찰을 이유로 만나주지 않았다. 6자회담 복귀문제가 거론되는 자리 자체를 피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이 김정일을 압박해야 사리에 맞다. 그러나 중국은 오히려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규모도 더욱 커지고 있다. 말과 행동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사안의 핵심을 핵문제가 아니라 포괄적인 ‘북한문제’, 나아가 ‘한반도 문제’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즉 핵문제를 매개로 북한의 중국 의존도를 높이면서 장기전으로 나가겠다는 저의가 숨어 있다. 이는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기조인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보호 ▲북한 상황의 안정과 보호 ▲ 외부세력의 남북한 통일과정 개입반대라는 기본틀은 적어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때까지 북-중 국경지역에 혼란이 생기는 일은 막겠다는 의지는 확실해 보인다.

이렇게 볼 때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부시 행정부 임기 종료 전 이란과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미국의 시간표와 중국의 ‘만만디 전술’이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형국이며,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이 전선이 더 첨예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이 전선에서 부딪치고 있는 문제가 재중 탈북자 미국 망명이다

제도적 지원의 핵심은?

이러한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발언이 나왔고, 앞으로 북한에 대한 물질적, 제도적 지원이 대선 때까지 진행될 것은 거의 틀림없어 보인다. 특히 최근 이종석 장관의 “북한이 명분을 주면 남북협력기금 1조2천억을 쓸 수 있다”는 발언과 노대통령의 ‘제도적 지원’ 발언은 이 대목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즉 ‘북핵이 해결될 수 있다면’ 1조2천억원도 줄 수 있으며, 제도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제도적 지원은 지금까지 노정부가 주장해온 이른바 한반도평화번영론에 입각한 ‘한반도평화체제’ 구축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반도평화체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상호불가침 협정과 군축, 유엔사 해체와 미군철수를 의미한다. 즉 미-중-남-북이 합의하여 한반도평화보장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역시 북핵문제다. 현재 노정부의 행보를 보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우리민족끼리’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한 뒤, 6자회담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고 회담 내 별도의 4자회담을 통해 한반도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DJ 방북과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결국 이 문제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평화보장체제 논의는 김정일이 핵을 포기한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만큼, 문제의 핵심은 역시 김정일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북한의 핵포기 여부는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한 이후에도 과연 김정일이 독재정권을 그대로 유지될 수 있겠느냐의 판단에 달려있다. 필자는 이 문제를 ‘상식의 수준’에서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간단히 말해, 김정일이 ‘핵이 없는 자신의 정권과 그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이다.

지금 김정일이 가진 것은 군사력밖에 없다. 이 때문에 체제유지를 위해 10년 가까이 군을 앞세운 선군정치를 하고 있으며, 이 선군정치의 정점에 핵무기가 있다. 지금 김정일 정권을 지켜줄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핵무기뿐이다. 핵은 미국으로부터, 남한으로부터, 또 중국으로부터도 자신을 지켜줄 수 있다고 김정일은 믿는다. 왜 그런가?

‘핵 없는 김정일’ 상상 가능한가?

첫째, ‘핵 없는 김정일’은 그 다음에 밀어닥칠 외부정보 유입과 남한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북한인권과 민주화 요구, 그리고 외부세계의 개혁개방 물결을 방어해내기 어렵다. 인권과 민주화 요구를 방어해낼 힘은 조선노동당에 있는데,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하면서 스스로 당의 역할을 무너뜨렸다. 그 결과 당을 믿고 따르는 북한 주민도 이제 많지 않다. 따라서 군대를 통한 강압통치밖에 없는데, 핵을 포기할 경우 선군정치의 방아쇠를 잃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즉 핵을 포기하면 김정일은 국제사회의 인권과 민주화 요구, 정보유입을 방어해낼 중요한 협박과 공갈의 수단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둘째, 중국 문제가 있다. 핵이 없는 김정일을 가장 다루기 용이한 나라는, 역설적이지만 중국이다. 지금 김정일이 마치 ‘꽃뱀’처럼 중국의 지원을 계속 타낼 수 있는 근거는 핵이다. 핵으로 동북아시아에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미-중간의 갈등을 일으키면서 지리정치학적 틈새를 이용하여 중국의 지원을 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핵이 없어진 김정일 정권을 중국은 어떻게 다룰까. 중국은 핵이 없어진 후 북한지역으로 몰고 올라오게 될 남한을 비롯한 미국, 일본의 자유민주주의 해양세력의 접근을 그냥 보고만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를 방어해내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핵이 없어진 북한을 매우 빠른 속도로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몰고나가면서 친중화시키려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김정일은 중국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극도로 중국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북한군부가 핵도 없고 자신들을 계속 지켜줄 희망도 없는 ‘장군님’을 과연 믿고 따를 수 있을까. 김정일은 백보를 양보해서 남한과 미국, 중국을 믿는다 해도 군부가 먼저 핵이 없는 자신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의심할 것이다.

결론은 김정일 정권과 핵은 운명공동체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은 핵이 있어야 ‘장군님’의 지위를 지킬 수 있고, 미국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으며, 중국의 영향력도 일정수준에서 묶어놓고 지원을 타낼 수 있으며, 또 ‘평화공존’을 바라는 남한을 협박하여 계속 지원을 타낼 수 있는 것이다. 핵은 김정일의 생명선과도 같은 것이다. 따라서 ‘핵이 없는 김정일’은 아마 김정일 스스로도 생각하기 싫은 상황일 것이다.

DJ 방북후 전개될 한반도 ‘평화 쇼’

그렇다면 북핵문제를 해결해보겠다며 나선 DJ의 방북과 노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추진의 ‘숨어있는 실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북핵문제가 마치 해결될 수 있을 것처럼 남북정권이 ‘평화 쇼’를 벌이고, 이러한 ‘쇼’를 통해 노정부는 차기정권 재창출을 기도하고, 김정일은 다음 정권도 DJ-노무현 정권과 같은 ‘퍼주기 정권’이 들어서길 바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DJ-노무현과 김정일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물론 현 시점에서 남북정권이 벌일 ‘평화 쇼’가 어떻게 전개될지 구체적으로 예견하기란 어렵다. 다만 ‘평화 쇼’의 대강의 ‘구조’는 한번 추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DJ가 6월 하순 3박 4일간 방북을 마친 뒤, “미국의 압박이 아니면 북한은 핵을 가져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김일성의 유훈인 조선반도 비핵화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북한은 6자회담 등에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구축이 제도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는 식으로 김정일의 거짓 언질을 DJ가 먼저 퍼뜨리는 것이다. 아울러 “2차 남북정상회담은 어느 시기에 갖는 것이 좋겠다는 대화가 있었으며,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남북간 실무접촉에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잡는 것이다.

DJ는 이 ‘평화 쇼’를 남한국민이 진짜인 것처럼 믿게 하기 위해 ‘장식품’ 하나를 김정일에게 부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뒤 대규모 이산가족상봉을 한 것처럼 ‘민족 내부문제’ 한 건을 8.15를 전후하여 해결하기로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종석 장관이 해결의지를 표명한 ‘납북자 문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납북자 문제는 현재 한-일간의 공동 이슈로 되어 있다. 8.15를 전후하여 이 ‘쇼’가 벌어지면 ‘우리민족끼리’ 일본을 배제할 수 있으며, 일본을 배제하는 것은 자연스럽게’미국 배제’와 연결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해주는 조건으로 남한과 중국의 지원을 타내고, 회담복귀 후에는 先경수로 제공, 先금융조치 철회의 경우처럼 ‘先한반도평화체제 논의'(종착지는 결국 미군철수)를 들고 나오며 북핵폐기 회담의 초점을 흐려버리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늘 해오던 방식대로 ‘새로운 의제 늘어놓기’수법이다. 그 구조는 계속 돌고도는 일종의 론도(rondo)형식과 비슷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DJ 방북후 남한 내에서는 2차 남북정상회담까지 평화냐 反평화냐, 진보냐 수구냐, 한반도 평화의 제도적 구축이냐 아니냐, 친미냐 반미냐로 나눠질 것이며, 노정권과 김정일은 어떻게 하든 이 흐름을 대선 때까지 지속시키려 할 것이다. 이러한 정국 분할은 또 이른바 ‘보수대연합 분쇄’로 정권 재창출을 기도하는 노정권과 김정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남한 내 폭력과 테러 예의주시해야

그러면, DJ 방북 이후 한반도에 전개될 ‘평화 쇼’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속성상 ‘사기’다. ‘사기’란 무엇인가. ‘되지도 않을 일을 되는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문제는 노정권이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갈 수 있는 길이 이 길 외에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사 김정일의 ‘사기극’을 눈치챈다 하더라도 한반도에서 진행될 ‘평화 쇼’에 동행하는 것 외에 달리 유력한 방법도 없어 보인다.

또 대선이 가까워 올수록 남북관계의 시간표는 ‘정권 임기’가 없는 김정일이 유리해진다. 그렇게 되면 노정권은 김정일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면서 김정일에게 물질적, 제도적 지원을 더해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남한 내부는 반미친북의 ‘우리민족끼리’ 세력과 인권과 자유민주주의의 국제공조 세력간의 갈등은 더 첨예해질 것이다.

그 결과는 남한 내부에서 전개될 폭력과 테러다. 또 이같은 폭력과 테러는 다음 정권을 재창출하지 않으면 법정에 서야 하거나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극단적인 세력이 부추길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노정부는 초기부터 강력한 법치주의를 내세우지 않았고 지금까지 법치의 원칙을 보여주지도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대선 때까지 폭력과 테러는 개인과 단체에 의해 간헐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는 정권이 바뀌면 남한의 지원을 더이상 받기 힘든 것은 물론 정권이 위태롭다고 판단하는 김정일과 그 하수인이 당연히 포함된다. 그런 점에서 20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 대한 테러는 수사가 완전히 투명하게 끝날 때까지 온 국민이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90년대 중반 대아사 기간을 거치면서 이미 10년간 혼란이 계속돼 왔다. 다만 남한과 중국을 비롯한 외부세계가 지원하면서 그 혼란이 잠복성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폭발적 잠재성이 내재돼 있는 것은 여전하다.

여기에 남한 내부가 북한문제를 둘러싸고 DJ 시기 이후부터 남남갈등이 증폭돼 왔으며 차츰 그 꼭짓점을 향해 가고 있다. 한반도 전체가 혼란과 변화의 중요한 변곡점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하나의 원칙을 더욱 뚜렷이 견지해야 한다. 그것은 북한에 인권과 민주화를 실현하는 길만이 북핵문제는 물론 북한문제를 종국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분명한 사실은 이 길에서는 ‘절충’과 ‘타협’의 지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절충과 타협은 김정일 수령독재정권이 종식되는 순간부터 시작될 수 있을 뿐이다. 다른 길은 없다.

손광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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