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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에 발표된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론이었던 ‘민족공동체 통일론’의 보완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세기 세계화와 다문화 시대에 민족통일론은 구시대적 담론이라는 것이다. 박명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장은 그 대안으로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새로운 ‘연성복합통일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19일 개최한 ‘대북정책 로드맵 2020’ 워크숍에서 박 소장은 “지난 20년의 시간은 남한의 급속한 경제발전과 북한의 경제위기가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상황이 초래돼 한국 사회 내의 다원화와 이질화 및 통일의식의 약화, 국민국가의 약화가 심화되었다”며 “통일을 이질성과 다원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심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연성복합통일론’이 ‘민족공동체통일론’보다 통일의 개념을 유연하게 접근하고 교류협력의 진전이 남북연합단계로의 이행의 상관관계에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통일의 문제를 한국 사회의 장기적 발전전략과 연관시켜 “남북한을 단일민족국가가 아닌 다원적인 외부 복합적인 정치공동체로 보는 새로운 상을 2020년까지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재성 서울대(외교학과) 교수는 “(연성복합통일론은) 군사력을 동원한 전쟁이나 급격한 충격을 동반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자연스럽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유연한 통합을 지향하는 것”이라며 “정치적인 측면에서 상대방을 주권을 빼앗는 것이 아닌 새로운 국가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에 대한 통일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관 서울대(법학부) 교수는 “이제는 탈냉전적인 해석을 지양해야 할 것”이라며 “대외적으로는 ‘하나의 한국’(one Korea)이라는 명제를 유지·강화 해나가고 대내적으로는 남북한 간의 실질적 수렴과 통합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반도 통일이 달성되는 과정에서 또는 달성되고 난 후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주변 강국들과의 다자적 협조와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이제는 주변국가와 ‘건설적 연관’을 통해 통일 자체를 달성하고 통일 후 안정적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연 서울대(경제학부) 교수는 “단순히 교류와 협력을 통해 북한을 바꾸는 것이 아닌 북한의 체제 변화를 위해 단계적으로 바꿔 나가려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북한은 사유재산권의 실질적 보장이 이루어 져야 하고 교환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연구교수는 “문화적 이질성과 다원성의 융합을 시키기 위해 사회문화 교류 협력을 보다 강화해야 하고 시민의식을 확대시키는 방안으로 한류 문화를 북한에 공유시켜야 한다”며 “특히 인권정책을 심화시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워크숍에서는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성호 대한민국 인권대사,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 박순성 동국대 교수, 안찬일 서강대 교수, 박종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한범 통일연구원 통일학술정보센터 소장, 손광주 데일리NK 편집인 등이 참석해 새로운 통일론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