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후속협의 착수…북 결단 주목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천명한 가운데 앞으로 2주일 남짓한 기간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결단을 촉구하는 외교적 노력이 집중될 예정이다.

우선 14일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한이 예정돼 있고, 14∼17일 평양에서의 6.15 통일대축전, 21∼24일 서울에서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예정돼 있다.

최종 확정은 안됐지만 한일정상회담은 22일이 수교 40주년 기념일인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그 이전에 열릴 공산이 크다. 이번 회담에서는 과거사.독도 등의 양국 현안 이외에 북핵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11일 새벽 열린 한미정상회담 이후 만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은 없는 상태다. 북한은 한미 양국 정상의 메시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14일 방한하는 힐 차관보는 우리측 카운터 파트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만나 한미정상회담에서의 합의를 구체화한 실무안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미 양국 정상이 북핵 불용의지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핵무기 포기시 대북 다자안전보장과 실질적 에너지 지원, 북-미관계 개선 등을 합의한 터여서 이를 바탕으로 6자회담 재개시 실질적인 진전 방안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북-미 관계개선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북한의 핵포기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연계하겠다는 의지표명이라는 점에서 이 대목이 실무안에 어떻게 반영될 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북한이 언제 어떻게 반응할 지, 그리고 6자회담 복귀를 어느 시점에 선언할 지 점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한미 두 정상이 확인한 6자회담을 통한 해결원칙은 다시 한번 외교적 모색을 하겠다는 것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회담 복귀를 무한정 기다리겠다는 것이 아니고, 특히 ‘긴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북한의 조기 결단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향후 예정된 6자회담 참가국간 외교 일정과 남북 당국간 대화를 통해 북한이 더는 시간을 늦추지 않고 전략적 결단을 내리도록 촉구하는데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12일 확정 발표한 6.15 정부대표단 면면을 보면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해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촉구하려는 의지가 읽혀진다.

단장인 정동영(鄭東泳)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 통일부 장관 이외에 전직 통일부 장관인 임동원(林東源) 세종재단 이사장, 박재규(朴載圭) 경남대 총장, 정세현(丁世鉉) 이화여대 석좌교수 등 3명을 자문단에 포함시킨 것이다.

전직 장관 3명의 경우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14차례의 장관급 회담을 이끌어온 호화 멤버로 나름대로 북한의 지도부와 신뢰를 갖고 있는 인사들이다.

6.15 행사기간에 정부 대표단과 북한의 2인자 격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면담만 예정돼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예방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는 오는 21∼24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전후로 해서북한이 6자회담 복귀 선언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작년 여름 이후 11개월만에 어렵게 마련된 남북당국간 대화재개의 장(場)이 6자회담 복귀를 둘러싼 ‘대립’으로 공전될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장관급 회담은 우리측이 어쩌면 북한에 대한 마지막 설득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이며, 남북관계와 6자회담의 병행이라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이 재검토될수 밖에 없다는 ‘최후통첩’을 전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최악의 경우 3차 6자회담 중단 1년이 되는 오는 26일까지도 북한이 복귀 선언을 하지 않을 경우 상황은 점점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이며 다음 달부터는 대화 이외의 ‘다른 수단’ 논의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교통정리’로 당분간 잠잠해진 미 행정부내 대북 강경파들의 ‘6자회담 무용론’과 대북 압박 및 제재의 필요성이 점차 세력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편승한 일본의 대북 압박 분위기가 더욱 노골화할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한 북한의 최종 결단 시기에 대해 한미 양국 모두 정해진 시한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본 교도(共同)통신이 미국이 6일 뉴욕접촉에서 늦어도 7월 중순까지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최종 결단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고 지난 10일 베이징(北京)발로 보도한 것 처럼 미 행정부의 ‘인내의 한계’가 임박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북한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