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포괄제안으로 핵포기 촉구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 담은 신(新)평화구상에서 제시한 포괄적 대북 제안은 최근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제시한 이른바 ‘포괄적 패키지’의 내용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를 내걸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핵무기는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장래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면서 “저는 어떻게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지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것은 미국이 포괄적 패키지의 조건으로 내건 ‘비가역적 비핵화’와 지향점이 같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비가역적 비핵화 조치와 관련, 2005년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공동성명 상의 조치를 북한이 구체적으로 취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동성명에서 규정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모든 핵 프로그램의 포기’의 선언을 의미한다. 이 대통령이 ‘북한의 핵 포기’를 언급한 것과 직접 연결되는 것이다.

두 제안 모두 북한에 제공할 광범위한 인센티브를 담고 있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그런 결심을 보여준다면 우리 정부는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구상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적극 실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고위급 회의 설치와 경제ㆍ교육ㆍ재정ㆍ인프라ㆍ생활향상 등 대북 5대 개발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는 포괄적 패키지의 내용과 관련,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태국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북미관계 정상화는 물론 경제.에너지 지원, 평화체제 구축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밝힌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은 물론 더 실천적이면서도 구체적이다.

물론 이 대통령은 대선주자 시절에도 북한이 비핵화하고 개방하면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을 3천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핵.개방 3000’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강행, 그리고 국제사회의 응징 등으로 한동안 대결국면이 이어져 오다 최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국면 전환의 조짐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제안은 시의성 면에서 상당한 무게감이 실린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남북간 고위급 회의 설치와 관련해 지난해 4월 미국 방문 당시 `서울.평양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임기중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함께 남북관계정상화를 상징하는 조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이 대통령의 경축사 중에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비핵화와 함께 남북간 재래식 무기의 감축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6자회담이라는 다자외교 공간에서 다뤄지고 있는 북핵문제와 달리 재래식 무기 감축 문제는 남북간 양자구도에서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남북한 신뢰구축, 그리고 화해와 협력,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남북이 주도하는 평화체제 논의로도 연결될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16일 “9.19공동성명에서 한반도 영구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을 ‘적절한 별도의 포럼’을 통해 하기로 규정한 것은 향후 남북이 주도하는 논의의 구조를 염두에 두고 삽입해놓은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의 발언 속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된 우리 정부의 의지가 녹아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현가능성이다. 북한이 얼마나 진정성을 갖고 신평화구상이나 포괄적 패키지를 수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특히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포괄적 패키지만 수용할 경우 우리도 신평화구상에 담은 내용을 현실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간 굳건한 공조를 통해 북한과의 협상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이 손상당하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수용 여부를 떠나 현재 추상적 개념 단계에 머물고 있는 신평화구상이나 포괄적 패키지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단계까지 격상시키는 것도 한.미 당국자들이 병행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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