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장관회담, FTA 진전 이룰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의 14일 워싱턴에 회동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한.미 통상장관회담이다.

6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리는 사전 실무협의 성격이 강한 이번 회담은 미국 측에서 커크 대표를 비롯해 통상분야의 진용이 이제 막 갖춰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호 탐색전에 가까운 회담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지난해 쇠고기 수입개방을 위한 추가협상과 같은 경우를 빼면 2007년 6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FTA 문제를 놓고 진행되는 첫 통상장관회담인 셈이어서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회담이 아니라는 것이 워싱턴 조야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사이 미국 의회와 백악관, USTR 등에서 한.미 FTA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이번 통상장관회담을 의례적인 상견례로 치부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을 거치면서 의회와 함께 백악관을 장악한 민주당은 `한.미 FTA의 원안 비준불가’라는 강경론과 함께 자동차와 쇠고기 부문에 관한 재협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이 때문에 한.미FTA의 연내 비준이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론에 무게가 실리는 듯 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글로벌 교역규모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오바마 행정부 내에선 경제위기를 타개할 방편 가운데 하나로 계류중인 FTA의 조기비준을 통해 교역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최근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한국 쇠고기 시장의 추가개방을 강력하게 요구해온 미국의 맥스 보커스(민주.몬태나), 찰스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의원은 지난달 20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미FTA의 조속한 의회 비준동의를 위해서는 자동차와 쇠고기 교역문제를 신속히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의원의 주장은 자동차.쇠고기 교역 문제의 보완에 방점을 찍고 있기는 하지만 한.미FTA의 조속한 비준의 필요성을 함께 지적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백악관의 안보라인에서는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 FTA의 조기 비준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통상파트에서는 입장이 상당히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

커크 USTR 대표는 올해 3월 상원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자료에서 한.미FTA를 전반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커크 대표는 특히 12일에는 성명을 내고 1.4분기 수출입 규모가 크게 위축됐다는 상무부 발표를 인용하면서 무역활성화를 통해 경기회복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의회와 이해당사자들인 업계와 협력, FTA의 진전을 이루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어스 마란티스 USTR 부대표는 최근 상원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한.미FTA의 협정문 원안을 건드리지않고 처리하는 방안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정문의 원안을 수정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는 현실론을 미 통상 담당 부서에서 사실상 수용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기류를 감안하면 이번 한.미통상장관회담에서 무엇인가 진전된 성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질 만하다.

특히 6월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들이 빈손으로 헤어지지 않도록 위해서는 이번 장관회담에서 FTA 문제에 관한 돌파구를 모색할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통상협상의 타결은 어차피 상호 양보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번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추후 몇 차례의 실무협의가 더 진행돼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한.미FTA의 최대 현안인 자동차 문제에 관해 양측이 구체적인 해결방안에 관해 이렇다할 묘안을 내놓은 것이 없다는 점도 앞으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돼야 하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6월 정상회담에서 FTA비준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기도 하지만, 작년 정상회담에서 쇠고기 개방 문제가 합의된 후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정국이라는 엄청난 역풍을 맞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낙관론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 워싱턴 조야의 시각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