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차관급 전략대화 무슨 논의할까

북한과 미국, 중국이 6자회담 재개에 합의한 가운데 니컬러스 번스 국무부 정무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북핵대표단이 6일 방한함에 따라 한미간 논의 내용과 결과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미국 대표단에는 번스 정무 차관은 물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담당하는 로버트 조지프 군축 차관이 포함돼 ’협상’과 ’제재’ 문제가 동시에 논의될 것이 확실시 된다.

특히 오는 7일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북한 핵문제가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부상한 터라 미국 대표단 입장에서도 무언가 손에 쥐고 귀국하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할 것으로 예상돼 한미 양국이 각각의 입장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번스 차관 일행은 일단 서울 도착 다음날인 7일 유명환(柳明桓) 외교통상부 1차관과 전략대화를 갖고 워싱턴과 서울의 기류를 보다 솔직하게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담에서 미 측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 해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BDA 문제가 미 국무부가 아니라 재무부 소관 사안이기는 하지만 지난달 3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미중 비밀 회동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BDA에 대한 미측의 입장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번스 차관은 9.19 공동성명 이행 로드맵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자리에서 우선 미국이 생각하는 공동성명 이행 구상을 통보하고 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9.19 공동성명은 기본적으로 ‘핵폐기 조치에 대한 보상 약속’이지만 현재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에 대한 집착을 보인 만큼 보상 이전에 핵폐기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 만큼 번스 차관 측은 동북아 순방때 각국을 상대로 핵폐기 의지를 관련국들에 입증할 수 있는 모종의 선행조치를 북한에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할 전망이다.

미국이 제시할 선행 조치로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의 가동중단 및 해체, 재처리 시설 해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재개, 공개적인 핵폐기 약속 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PSI 주요 당국자인 조지프 차관이 2주 만에 재차 방문하고 미국이 7일 중간 선거를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측으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이전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선물’을 받기를 희망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조지프 차관은 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했지만 핵실험까지 단행한 이상 북측이 조건 없이 폐기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낙관해선 안된다는 기본적인 원칙 하에 구체적인 핵폐기 시점까지 대북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PSI 참여 여부에 대한 검토 최종 단계에 이른 우리 정부는 조지프 차관의 짧은 체류 기간에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적지않다.

우리 정부로서는 앞으로 재개될 6자회담에서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면서 최근 북.미.중 3자회동과 동시에 제기된 한국의 ’역할 퇴보설’ 등 고려해야 할 다양한 측면이 있어 고심하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유엔의 대북 결의 1718호 이행에 대한 논의의 경우 한미 양국 간 미묘한 시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 역시 7일 전략대화에서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결의 이행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결의에 명시된 국제규범이나 조약들에 대부분 가입해 있기 때문에 미측과 큰 이견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개성공단ㆍ금강산 사업은 안보리 결의에 직접 저촉되지 않는다는 해석에 따라 ‘일부 조정 속에 그대로 유지한다’는 우리 정부의 방침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미국 측을 어떻게 설득할 지 관심거리다.

PSI 확대 참여 문제도 관심사다. 현재 정부는 정식 참여를 하되 한반도 주변에서의 PSI활동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할 것인지, 정식 참여를 하지 않고 역외 차단훈련 등에 물적.인적 지원을 하는 선에서 성의표시를 할지를 놓고 막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궁극적으로 이번 제 1차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부터 6자회담 복귀선언까지 이뤄진 현 상황, 그리고 그 과정에 얽힌 한미간 미묘한 시각차이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논의하는 외교적 공간이 될 것으로 외교부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양국은 이번 전략대화의 성과를 공동 언론발표문 형태로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