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마음이 만났다”

“한ㆍ미 두 정상의 마음이 만났다(meeting of minds)”

정부 당국자는 2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간 지난 18일 베트남 하노이 한미 정상회담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구체적으로는 북한 핵실험 이후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달 북.미.중 3자회동 합의를 통해 재개될 예정인 6자회담을 앞두고 두 정상간에 집중적으로 논의된 북핵 해법 조율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이 당국자는 “북핵 문제, 한반도 문제 등은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에 대한 시각이 일치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며 “두 대통령간에 ‘마음의 만남'(meeting of minds), 문제를 바라보는 ‘자세의 만남’이 없으면 안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이번 회담에서는 한미 정상의 그것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 핵실험 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한국의 참여 범위,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는 달리 정상 차원에서는 이번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을 놓고 큰 틀의 원칙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실제로 두 정상은 견해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던 PSI를 놓고 정상회담 후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식으로 양측의 입장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회담 후 예정에 없던 공동 언론 브리핑에서 PSI 문제에 대해 “한국은 PSI에 전면적 참여를 하지 않고 있지만 PSI의 목적과 원칙을 지지하고 동북아 핵확산 방지를 위해서 사안별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고, 부시 대통령은 “PSI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지와 협력에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와 핵 야망을 포기할 경우 안보협력과 이에 상응하는 유인책을 제공할 것”이라는 다소 원칙적이고 추상적인 선에서 북핵폐기시 ‘상응조치’의 내용을 언급했지만, 실제로 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핵폐기시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일련의 과정을 담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로드맵’에 대해서도 깊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부시 대통령의 ‘북핵포기시 상응하는 유인책 제공’ 언급과 관련, “(정전상태에 있는) 한국전의 공식 종료 선언이 포함될 수 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록 중에는 한국전의 종료를 선언하고 경제 협력과 문화, 교육 등 분야에서의 유대를 강화하는 게 포함돼 있다”고 한발짝 더 나갔다.

정부 당국자도 20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전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은 한반도의 휴전체제가 종식돼야 이뤄질 수 있는 것이며, 평화체제의 다른 표현이 한국전 종식”이라고 스노 대변인의 설명을 확인했다.

‘한국전 종료 선언’은 지난해 합의된 9.19 공동성명에 명문화된 ‘북핵포기시 한반도의 평화체제 협상 개시’를 위한 전제라는 점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밟게 될 당연한 수순이다. 평화체제라는 것은 현재의 휴전체제를 종식해야 하고, 이는 정전상태인 한국전에 대한 종료 선언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북핵폐기시 ‘한국전 종료선언’은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지만 6자회담이 임박한 시점에서 백악관이 주도적으로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고, 특히 부시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북한을 향한 미국의 진일보한 제스처로 해석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노 대통령도 이 같은 부시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의 공통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한다.

물론 ‘한국전 종료선언’, 그리고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의 개시는 내달 6자회담이 순탄하게 전개된다고 하더라도 상당기간 진통을 겪으면서 전개될 ‘미래 상황’이지만 북핵폐기시 도래할 비전의 구체적 제시라는 점에서 메시지의 가치가 있어 보인다.

미국측의 태도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9.19 공동성명을) 실천으로 옮기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했다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노 대통령의 미, 중, 일, 러 등 4강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지켜본 당국자도 “일련의 협의 결과 현재 미국을 포함한 각 국이 이번 6자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협상을 해서 가시적이고 손에 잡히는 결과를 가져와야 된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의지만이 아니라 6자회담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각국이 실질적인 사전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6자회담이 열리면 북한이 원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를 갖추는 동시에 북한도 핵을 폐기하겠다는 중요한 결단을 행동으로 보여야 될 것”이라며 ‘행동에 의한 상호실천 의지의 교환’을 강조했다.

한국측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흡족한’ 평가를 내린 것과 마찬가지로 부시 대통령도 1시간 가량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외교장관 대행인 유명환(柳明桓) 외교부 제1차관과 외교장관 내정자인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안보실장 등 한국측 배석자들에게 이번 회담을 “good meeting” “great meeting”이라고 표현하며 만족감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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