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조기개최’ 합의 배경

한미 양국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오는 6월께 미국에서 조기 개최키로 가닥을 잡은 것은 무엇보다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문제 해법 마련을 위한 정상차원의 의견조율 필요 때문으로 보인다.

홍석현(洪錫炫) 주미대사는 27일(현지시간) 워싱턴특파원과 간담회에서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고 “머지 않은 시일내 한.미 양국에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양측의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음을 밝혔다.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관련, 방미중인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은 “5월은 이르고 가을은 아니다”고 말해 6월 개최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 차장은 이번 방미기간에 잭 크라우치 미국 NSC 부부좌관과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 의제 등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한미 정상회담은 외교 일정상 노대통령의 오는 9월 뉴욕 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미국 방문과 11월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부시대통령의 방한때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올 하반기까지 양 정상의 만남을 미루기에는 북핵문제를 둘러싼 최근의 움직임이 너무 급박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칠레 산티아고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6자 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재확인했으나 이후의 북핵 문제 전개양상은 정반대쪽으로 흘러온게 사실이다.

북한은 지난 2월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 회담 참가 무기한 중단 및 핵보유 선언을 했고, 그로부터 북한의 6자회담 불참은 장기화되고 있다.

나아가 최근 북한 영변 원자로의 가동중단까지 확인되고, 미국내에서 ’6자회담 무용론’ ’북한 제재론’까지 부상하고 급기야 북핵실험 준비설까지 제기되면서 상황은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같은 상황인식과 맞물려 갈림길에 선 북핵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기 위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고, 양국 정상 차원의 전략 협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양국 당국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외교라인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가 불투명해진 올해초부터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공감, 구체적인 협의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양측간에 정상끼리 협의할 기회를 주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동인식이 있었다”며 “아마 미국이 먼저였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가 만나자고 하고 미국이 소극적이고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의 개최 일정이 일단 6월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올 6월은 북한의 불참으로 6자회담이 중단된지 꼭 1년을 맞이하는 달이고, 6.15 남북정상회담 개최 5주년을 맞는 시기이다.

북한이 만약 오는 6월까지 4차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 ’6자 회담 무용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 정부는 북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대북제재 등 대북강경책 실행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양국은 “6월이 고비”라는 상황인식에 따라 이 시점을 전후해 정상회담을 개최, 북한에 ’최후통첩’ 성격의 메시지를 던지고, 향후 상황의 전략에 대한 양국 공조를 재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상황전개를 봐가면서 강공 혹은 유연한 접근법이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아직 한미정상회담의 구체적 시기나 일정, 절차 등은 유동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양국 정상의 스케줄을 보면서 외교채널을 통해 실무적으로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의 주의제는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등 양대현안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한미간에는 북핵 문제와 관련한 현안이 제일 크고 동등한 비중으로 한미동맹 강화 문제가 있다”고 말해 그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노대통령과 부시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은 2003년 5월 노대통령 취임후 방미, 같은 해 10월의 방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이어 지난해 11월 칠레 산티아고 APEC 정상회의 등 모두 3차례 열렸다.

이번 정상회담은 4번째가 되며, 노대통령의 9월 유엔총회 참석(뉴욕)과 11월 부시대통령의 부산 APEC 정상회의 참석 기간에도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