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략대화 통해 윤곽드러난 미 의중

“6자회담을 서두르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북한의 전략을 탐색하려는 듯했다.”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7일)에 임했던 정부 소식통은 8일 이번 협의과정에서 미국의 의중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우선 6자회담 재개를 서두르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략대화의 성과를 브리핑한 정부 당국자는 “6자 회담이 열리고도 실질적 성과가 없을 경우 6자 회담을 계속할 동력이 손상될 수 있는 만큼 회담이 열리면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주도 면밀하게 전략을 마련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6자회담 재개 시점을 상당히 여유있게 잡기로 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6자회담 재개 시점을 늦추자는 주장은 미국측이 먼저 제시했으며 우리측도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회담을 빨리 하는 것보다 회담에 임하는 전략을 다듬고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폐기를 유도하는 강력한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미국측의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측은 당초 베이징 합의(10월31일)가 공개되고 6자회담이 11월초나 APEC(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 전에 열릴 것이라는 언론의 관측이 잇따라 제기됐을 때부터 빨라야 11월말이나 12월중 회담을 열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측이 당면과제로 설정한 것은 ’북한의 핵보유 주장’에 대한 관련국들의 공감대 구축으로 분석된다.

한미 전략대화후 내놓은 ’공동언론발표문’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 거듭 확인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혀진다.

미국은 일단 시간을 여유있게 잡으면서도 북한에 대한 압박은 계속하고 있다. 6자회담 재개 합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 1718호는 계속 유효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언론발표문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이행을 통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를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힌 대목이 이런 미측의 입장과 연결된다.

이 부분에서 특히 주목되는 분야가 PSI(확산방지구상)다. 대북 압박의 선봉장 역할을 자임하는 로버트 조지프 군축담당 차관까지 방한한 이번 한미 협의에서 미측은 예상과 달리 일체 PSI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우리측이 남북해운합의서의 내용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미측은 “잘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을 뿐 PSI를 대안으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정부 당국자는 단언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측이 강경드라이브를 완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한국 방문에 앞서 일본에 들른 조지프 차관이 일본과의 협의과정에서 북한 선박의 공해상 검색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어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실어줬다.

다시 말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협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압박과 봉쇄 일변도에서 벗어나는게 아니냐는 관측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국측의 행보가 진정으로 자세전환의 결과인지 아니면 또 다른 방식의 PSI 참여 압박 전술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측이 2003년부터 추진해온 PSI에 장기간 노력을 기울여온 과정을 지켜볼 때 쉽사리 자세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기 때문이다.

외교소식통은 “예측하기 어려운 북한을 상대로 한 미국의 전략은 철저하게 북한의 카드를 예상하면서 만반의 대책을 세우려는 것으로 읽혀진다”면서 “따라서 이번에 6자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을 효율적으로 압박하면서 북한이 쉽사리 협상장을 탈출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대응방안이 면밀하게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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