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이달 말 ‘북핵 검증체계 구축’ 추진

방한 중인 성 김 미국 대북협상특사가 18일 외교통상부 당국자들과 만나 북핵 검증체계 구축과 비핵화실무그룹 회의 개최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문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성 김 특사가 방한 중”이라며 “오전 중에 황준국 외교부 북핵기획단장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고 밝혔다.

성 김 특사는 지난 14일부터 베이징에서 중국측 북핵 당국자들과 협의를 가졌지만 기대됐던 북측 인사와는 만나지 못한 채 지난 16일 방한했다.

한·미는 특히 미국의 대선후보가 공식 선출돼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접어드는 이달 말 전에는 북핵 검증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한이 검증 이행계획서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즉시 비핵화실무그룹회의를 개최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오늘 회동에서 한·미 양측은 검증체계의 조속한 구축 방안과 비핵화 2단계(불능화 및 신고)의 마무리, 3단계 핵포기 협상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미국 대선 후보가 선출되는 이달 말 민주당 전당대회가 지나면 회담의 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그 전에 검증체계가 구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한미가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 의회가 여름휴가를 마치고 곧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므로 미 행정부 입장에서는 의회에 검증문제에서 성과를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미는 아울러 북한이 지난달 12일 종료된 6자 수석대표회의에서 받은 검증 이행계획서 초안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평가하고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집중 협의했다.

이 소식통은 “미국이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법적 시한(11일)을 넘겼음에도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이에 반발하지 않는 것을 보면 협상의 의지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조만간 미북 간에 활발한 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는 베이징올림픽이 끝나는 이달 말께 중국에서 비핵화실무그룹회의에 이어 6자 수석대표회의를 개최한 뒤 공식적으로 6자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3단계 핵포기 협상을 위한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상정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증체계 구축에 대한 미국과 북한간 절충점을 찾지 못할 경우 비핵화실무그룹회의를 비롯한 북핵 6자회담 등은 장기 공전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북한이 아직까지는 검증 협의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입장차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견이 분명해지면 합의점 찾기가 요원하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미국은 북한에 ‘국제적 기준에 맞는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IAEA의 ‘핵안전조치협정’ 등의 준하는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확한 검증을 위해서는 ‘긴급사찰’, 현장접근을 통한 ‘시료채취’ 등이 선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직까지 북한은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도리어 북한이 미 대선 이후 차기 정권과의 협상을 위해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북한도 미국과의 핵검증 협상 과정에서 국제통화 기금 IMF와 아시아개발은행 ADB 가입을 위한 미국의 지원 약속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미국 내 북한전문가를 인용, 북한은 미국의 확답을 핵검증 동의의 담보로 요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ADB 가입에 대해서는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돼 있고,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과 일본은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고, 미국측은 IMF 가입 문제도 ‘북한이 각종 국가 통계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아서 어렵다’는 IMF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