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에너지로 대북 핵검증 `압박’

정부가 북핵 검증체계 구축과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무엇보다 검증 이행계획서 협의에 미온적인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등은 철저한 검증을 위해 샘플채취, 불시방문, 미신고시설에 대한 검증허용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이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물론 `핵신고를 했는데도 테러지원국 해제를 미루고 있는 미국은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최근에는 미국과 대면 협상에도 나서지 않는 등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성 김 미국 대북협상특사가 지난 14∼16일 중국 베이징에 머물렀지만 리 근 미국국 국장을 비롯한 북한측 인사는 베이징에 나타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임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부시 행정부보다는 차기 행정부와 협상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 내에 검증활동을 시작하는 것은 물론 3단계 핵포기 협상에도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운 한국과 미국이 북한이 성의있게 협상에 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안의 하나로 `경제.에너지 지원’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21일 “2.13합의에 따른 북핵 2단계는 완전한 핵신고와 불능화, 그리고 북한에 중유 95만t에 상응하는 경제.에너지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완전한 핵신고는 검증을 수반해야 하기 때문에 검증이 이뤄지지 않으면 에너지 지원에도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성적인 에너지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 등 정치적 보상 못지않게 경제.에너지 지원을 차질없이 받는데에도 신경쓰고 있어 에너지 속도조절은 북한에 적지않은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하지만 당분간은 북한의 태도를 지켜보며 당장 속도조절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는 지난달 12일 종료된 수석대표회의에서 오는 10월 말까지 중유 및 비중유 잔여분 지원을 완료하기로 합의한 바 있어 정부는 늦어도 이때까지만 검증체계가 구축되면 된다는 입장이다.

검증체계 구축이 계속 지연돼 에너지 지원속도가 실제로 늦춰지게 된다면 북한은 이에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경제.에너지 지원은 핵시설 불능화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해 와 이를 검증체계 구축과 연계하는 것은 `행동 대 행동’ 원칙 위반이라고 비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수석대표회의에서 6자가 `북한의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여타 참가국들의 대북 중유 및 비중유 지원을 병행해 이행할 것’이라고 합의한 것을 그 근거로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한국과 중국, 미국, 러시아 등은 이날 현재 약속한 95만t 중에서 38만여t(계약량 기준 45만여t)에 해당하는 경제.에너지 지원을 완료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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