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핵신고 고강도 압박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가 시한을 석달 이상 넘겨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1일 회동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보다는 한층 강한 톤으로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를 촉구했다.

북한은 10.3합의에 따라 작년 연말까지 핵프로그램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를 완료해야 했지만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및 시리아와의 핵협력설에 대해 미국과 이견을 보이면서 아직까지 신고를 미루고 있다.

천 본부장은 이날 작심한듯 “북한에 핵신고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줬다”거나 “기다릴만큼 기다렸다” “이제는 북한이 화답할 차례”라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힐 차관보가 이날 오후 입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다 돼가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미국이 제네바회동에서 신고의 쟁점인 UEP와 핵협력 의혹에 대해 북한의 직접시인을 고집하지 않고 미국의 이해사항을 적시하고 북한은 이에 반박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간접시인’ 방식을 제안할만큼 유연한 태도를 취했지만 북한이 화답하지 않는데 대한 답답함이 짙게 배어있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아울러 이달에는 6자회담이 열려 핵신고를 마무리짓고 8월 초까지는 3단계인 핵폐기 로드맵이 합의돼야 부시 정부가 레임덕에 처하더라도 6자회담의 모멘텀이 지속될 수 있다는 ‘현실적 시한’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에서 표현 한구절때문에 합의에 이르지 못할 정도로 양측 의견이 좁혀진 것으로 알려진만큼 이날 발언은 북한 최고위층을 겨냥한 메시지로 보인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힐 차관보도 이날 오후 입국하면서 “(차기정부) 누구도 우리보다 나은 조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의 차기정부를 기다리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양보할만큼 양보했는데도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힐 차관보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최대한 강한 톤으로 메시지를 전한 것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천 본부장의 발언이 대화에서 제재로 선회하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더 이상 (대화가)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분명히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고 천 본부장도 “핵 신고가 계속 늦어지면 북한이 해야 할 임무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경제.에너지 지원을 계속해야 하느냐는 문제제기를 하는 나라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재로선 ‘제재로의 선회’보다는 북한의 핵신고를 촉구하는데 방점이 찍힌 발언들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보다 한국 당국자들의 발언 수위가 높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날 북한에 대한 압박발언은 힐 차관보보다 주로 천 본부장의 입에서 나왔다. 지난주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끝난 뒤에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아닌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시간과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과 직접 협상을 벌여야 하는 미국이 할 수 없는 얘기를 한국이 대신 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두 사람의 이날 고강도 대북 핵신고 압박은 북한이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를 연계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귀추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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