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핵사태 `상황관리’ 모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북.미간 해빙무드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지만 한.미 양국의 북핵 당국자들은 `상황관리’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국내외 언론을 타고 북.미 직접대화로의 국면전환을 점치는 관측들이 쏟아져 나오자 양국 당국자들은 서로 보조를 맞춰 “달라진 건 없다”(정부 당국자), “공은 여전히 북한 코트에 있다”(로버트 우드 미 국무부 대변인)며 선을 긋고 있다.

상황진전에 따라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북측의 태도변화가 명시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기존의 제재흐름에는 변화가 없다는게 양국 당국자들의 일관된 설명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0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북한의 태도와 입장이 여전히 중요한 만큼 북한 쪽으로 눈을 돌려달라”고 주문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결과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특기할만한 사항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의 경과는 `험난한 과정’보다는 `조용한 과정’을 시사하고 있다”며 북한의 자세전환에 대한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한.미 양국의 이 같은 스탠스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곧바로 북.미간 직접대화로 이어지면서 북핵문제가 타결국면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국내외 여론의 과도한 기대감을 일정 정도 냉각시키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의 `오판’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을뿐만 아니라 향후 대화국면에서 대북 협상력을 스스로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북핵 해법의 키워드로 등장했던 대북 `포괄적 패키지’에 대해 한.미 양국이 가급적 언급을 삼가고 있는 흐름도 이런 맥락이다.

핵심 당국자는 “포괄적 패키지가 많은 추측과 기대를 불러일으켰는데, 그건 협상에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아직은 내용이 없고 뼈대만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그간 북핵협상 과정에서의 `학습효과’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그간 북핵협상에서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불가역성”이라며 “일정한 양해가 이뤄졌다가 다시 번복되고 다시 돌아가는 패턴이었는데, 이것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측의 대화제의에 대해 성급히 대응했다가는 북측의 전술에 또다시 휘말려들 수 있다는 경계감이 그만큼 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주 한.미 양국의 북핵실무자들이 토론을 벌인 `하와이 회동’에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핵심 당국자들은 당시 토론에서 향후 북핵문제에 대한 중기전술을 집중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국 당국자들의 이런 언급들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측에서 들고온 `방북 보따리’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나온 실무선의 발언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향후 대응방향에 대한 미국의 최종 대응이 나올 경우 국면은 급격히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제임스 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9일(현지시간) 미국내 언론을 통해 “북한의 김정일이 평양을 방문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한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방북 보따리’의 한 자락을 드러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미 양국의 북핵대응 방향과 수위는 이번 주중으로 예상되는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회동결과에 따라 변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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