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핵검증체계 구축 박차

한국과 미국이 이달 내 북한의 핵 신고에 대한 검증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은 다음달이 되면 미국이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접어들어 협상이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은 이달 말 민주당 전당대회, 내달 초 공화당 전당대회를 통해 각각 대선후보를 공식 선출하게 된다. 부시 행정부의 정책집행 능력은 현저히 떨어질 수 밖에 없고 북한이 미국의 차기 행정부와 협상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검증체계를 구축하고 3단계 핵포기 로드맵까지 만들어 놓겠다는 방침인데 8월이 그냥 넘어가면 회담의 모멘텀을 되살릴 계기를 찾기가 그만큼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따라서 베이징올림픽이 끝나는 이달 말께 중국에서 비핵화실무그룹회의에 이어 6자 수석대표회의를 개최한 뒤 공식 6자 외교장관회담을 열어 3단계 핵포기 협상을 위한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상정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지난달 12일 종료된 6자 수석대표회의에서 받은 검증 이행계획서 초안에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는 등 협상에 미온적으로 임하고 있는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성 김 미 대북 협상특사가 지난 14∼16일 베이징에 머물렀지만 북한의 북핵 관련 인사는 아무도 베이징에 나타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행정부와의 협상을 피하는 것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성 김 대북특사와 황준국 외교부 북핵기획단장의 18일 서울 회동에서도 북한의 미온적인 협상 태도에 대한 대책이 집중 협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검증체계 구축을 비롯한 북핵 협상에 있어 아직까지 방향을 정하지 못한 것 같은데 현재까진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서 “미국의 대선일정도 북한이 고려하고 있는 주요 변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8월 말이 검증체계 구축의 시한은 아니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북한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에 ‘지금이 북핵문제를 교섭할 적기이며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거듭 전하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북한이 보다 나은 상황을 위해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면서 “금년 내로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건 다음번 행정부로부터 더 강화된 입장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다음 행정부가 승계해 이어갈 수 있는 의미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는 것이 아무 것도 안된 것 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