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북정책 갈등 여부에 주목

북한에 대한 ‘많은 양보’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밝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난 9일 ‘몽골 발언’을 놓고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간 갈등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위폐와 인권문제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몽골에서 북한에 대한 많은 양보와 조건없는 물적, 제도적 지원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대체로 대북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간에 일부 갈등이 표출될 수는 있겠지만 충분히 조율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는 특히 한미가 한반도 평화체제와 북핵, 한미동맹이라는 3가지 의제에서 이익을 공유하고 있지만 그 우선 순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이 역시 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또 다른 전문가는 “노 대통령이 (대북 압박을 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 대해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며 한미갈등을 직설적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노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과 완전히 선을 그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두가지 측면이 있는데 우선 첫번째는 미국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서 한국 정부가 북한을 설득, 북핵과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게 안될 경우 미국이 북에 대한 체제전환 등 전면적인 대북 압박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이 경우 우리는 미국의 기조에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접근방식에 대해 ‘한국식 북한변화론’을 얘기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달리 장기간 화해·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왔다.

남북화해를 통해 북한의 변화와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다.

미국과 다른 방식이다.

한국식 접근방식으로 남북관계 만큼은 북핵과 상관없이 진전시키겠다는 것이다.

한미간 갈등은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대북인권특사의 발언을 계기로 이미 표출됐다.

개성공단은 우리에게 대북접근 방식의 상징적 사례이자 북한 변화를 위한 옥동자다.

반면 미국은 개성공단이 대북압박과 관련, 물이 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종석(李鍾奭) 통일부장관이 최근 개성공단을 방문,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반드시 성취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그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의 대북압박, 체제변환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는 미국의 자유이지만 우리는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정부가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미국은 전반적인 남북화해 노력에 대해 대놓고 반대할 수 없다.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물밑조율을 하면 미국이 결국 따라올 것이다.

갈등이 표출될 수는 있지만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한미간에 선을 긋고 대북정책을 할 수는 없다.

노 대통령의 발언도 그렇게까지 많이 나갔을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미간에는 ▲북핵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 등 3가지 화두가 있고 앞으로 이에 대한 우선순위를 놓고 물고 물리는 관계가 될 것이다.

미국이 생각하는 최고 우선순위는 한미동맹이고, 이를 통한 북핵 해결이 다음이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종착역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우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최종적으로 한미동맹의 좌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자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평화체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인권문제 등은 가급적 뒤로 돌리고 싶은 것이다.

북핵과 한반도 평화체제, 한미동맹이라는 3가지 의제에 대해 한미는 이익을 공유한다.

그러나 우선순위를 놓고 다소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조정을 미리 할 수 있으면 한미간에 큰 소리가 나지 않을 것이다.

개성공단을 비판한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은 사전에 세밀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나왔을 수 있고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단지 개성공단은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와 연계되는 것이 문제인데 한미간에 밀도있는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개성공단도 한미간 우선순위 문제와 관련돼 있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구축과 남북협력, 북한의 개혁.개방 등을 북핵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개성공단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핵 해결 이후에도 개성공단을 키울 수 있고 개성공단 사업이 당초 예정보다 가속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
노 대통령이 부시 행정부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는 인내심을 잃어간다는 표현은 하지 않지만 그렇게 판단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을 다룰 때는 스틱(채찍)으로만 자꾸 하다보면 6자회담에 안나온다.

명분을 줘야 한다.

노 대통령의 몽골 발언은 이런 북한에게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고 이를 통해 6자회담을 살리려는 것이다.

미국이 계속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이 나오지 못할 것이다.

북한이 압박에 못이겨 회담에 나온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몽골 발언은 이 때문에 북한에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고 6자회담을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북한을 제재하면 남북관계는 경색되고 북핵 문제도 풀지 못한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한미와 같이 동참하면 효과는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대북제재에 동참하면 효과는 없으면서 남북관계만 경색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게 어려운 부분이다.

(한미간 갈등 우려에 대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 미국과 같이 압박에 나서면 남북관계는 경색된다.

미국은 북에 대해 배드캅(나쁜 경찰), 우리는 굿캅(좋은 경찰) 역할을 하고 있다.

한미관계가 껄끄럽겠지만 미국도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미국의 대북 압박도 9월 중간선거 등 국내 정치적 요인이 있다.

북한은 윽박질러서는 말을 듣지 않는다.

북한도 스스로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

북한이 회담에 나와서 북핵을 해결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미국에 보여줘야 한다.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지 않아 6자회담이 깨진 상태에서 정부의 대북지원은 어렵다.

정부가 남북교류와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데 이는 6자회담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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