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북정책 `의견 불일치`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브루킹스연구소 소장

(중앙일보 2006-06-01)
미국과 한국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면 대북 정책을 확정할 수 없다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두 나라의 대북정책은 동문서답식 문답놀이에 머물고 있다. 상호 신뢰는 증발하고 있으며 외교 뒷무대에선 정책 당국자들이 서로의 접근 방법, 심지어 의도를 의심하고 있음을 공공연하게 드러낸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다시 우향우 중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보수파들의 지지를 확고히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미 정부는 북한 자금을 돈세탁한 혐의로 마카오의 한 은행을 제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2004년 북한인권법이 의회를 통과한 이후 처음으로 탈북자들의 망명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최근 미 정부는 핵 협상과 평화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구체적인 알맹이는 없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은 지난달 도쿄에서 열렸던 회담에서도 북한 측과 별도 대화를 못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최근 방미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북한 문제에 대해 대화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6자회담은 정체 상태다. 부시 대통령은 중동 문제로 골치가 아파 북한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에 안도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가 급할 게 없다는 듯이 행동한다면,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이 문제가 더 이상 한국 정부의 정책 의제가 아니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는 평양과의 경제적 교류를 늘리기에 바빠 북핵 문제는 제쳐놔도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예민한 김정일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자신의 방북을 유도하기 위함인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반면 대북관계의 상호주의 원칙이 무너지는 것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한.미 양측 의견 불일치의 결과는 자명하다. 6자회담의 빈사상태가 그것이다.

이런 상황의 유일한 수혜자는 북한이다. 북한은 주변국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핵무기 개발 능력을 키우고 있으며, 그 대가도 치르고 있지 않다. 북한 핵에 대한 묵인은 두고두고 후회할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당장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다른 동북아 국가, 특히 일본의 핵무기 보유 욕구가 더욱 커질 것이다. 비핵화 노력은 세계 곳곳에서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 이란.터키.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이집트까지 핵무기를 보유한다고 상상해보라. 어떤 이는 특정 국가가 핵을 보유하게 되면 신중해지고 책임감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파키스탄 핵의 아버지라는 A Q 칸 박사의 핵무기 밀매와 북한 정부 등의 사례로 볼 때 이는 환상에 불과하다.

이제는 미국과 한국 정부가 북한 핵 문제에 보다 진지해질 때다. 발 빠른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 19일 내놓은 공동 성명에서 출발하면 된다. 이때 합의한 대로 각 주체들이 언제까지 행동을 취하면 되는지 시한을 정하는 데 협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는 미국이 북한 정권 교체 정책을 포기해야 함을 의미한다. 북한 정권 교체는 한국과 중국의 적극적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지만, 두 나라 모두 김정일 정권의 붕괴보다 버티기를 바라는 쪽이다. 평양의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협상을 하려면 북한 정권에 안전 보장과 경제적 혜택이라는 반대급부를 줄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외교 정책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북핵을 용인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 대통령의 반복적인 발언이 진심이라면, 북한 정부에 대한 지원과 북한의 핵 포기는 반드시 연계돼야 한다. 이런 연계가 없다면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하게 할 유인책이 없다. 이제는 결정해야 할 때다.

마이클 아머코스트 전 브루킹스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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