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지이전 지연’ 불가피성 공감

서울에서 이틀간 열린 제11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가 8일 마무리됐다.

이번 회의는 일단 양측이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 시기가 지연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김규현 국방부 국제협력관은 회의가 종료된 뒤 “미측도 내년 말까지 주한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옮긴다는 한.미간 합의 일정이 지켜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양측은 주한미군 기지 이전 종합사업관리 용역업체(PMC)가 선정된 뒤 정확한 공기(공사 완료시기)가 나올 것이라는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지난 2004년 용산기지 이전 포괄협정(UA)을 통해 ’2008년 말까지 이전을 완료키로 한다’고 명문화했지만 토지 보상 문제 등 우리측 사정으로 합의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해 졌고 미측도 이번 회의를 계기로 이런 상황을 이해했다는 것이다.

한.미는 그동안 주한미군 재배치 일정을 둘러싸고 적잖은 ’불협화음’을 노출해왔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의 지난달 9일 내외신 기자회견 발언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벨 사령관은 “기지이전 문제가 정치적 또는 재정적 문제로 연기되는 어떤 결정에도 반대한다”면서 “나는 이에 대해 싸울 것(I will fight this)”이라고 말했다.

벨 사령관이 사용한 ’fight’란 단어는 주한미군측이 뒤늦게 “미군 장병들의 사기와 삶을 개선하려는 열정을 나타내려고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상당한 파문을 불러왔다.

앞서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미군 재배치 일정이 5년 지연될 것이란 국내 언론보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회의를 통해 주한미군 재배치 일정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데 양측이 공감함에 따라 당분간 이를 둘러싼 ’이견’이 공론화할 가능성은 사라지게 됐다.

주한미군 재배치 일정은 앞으로 PMC가 선정돼 측량과 설계, 토목공사 일정 등을 종합 분석한 뒤 확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략 2013년 완료될 것으로 주변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가 평택기지 마스터플랜(MP)을 작성하고 PMC를 선정하는 절차를 진행해 합리적인 재배치 일정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양측이 유엔군사령부의 정전관리 책임 조정 문제를 협의하는 별도의 협의체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한 것도 이번 회의의 성과로 꼽힌다.

김규현 국제협력관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전환되면 정전관리 주체에 대한 불일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한.미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앞으로 이를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사의 장래 임무와 역할에 대한 본격적인 협의가 진행될 것임은 캐슬린 스티븐슨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가 지난달 26~28일 방한하면서 예고됐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스티븐슨 부차관보의 방한을 계기로 유엔군사령부의 임무와 역할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협의가 시작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벨 사령관이 지난달 18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연설에서 “연합사 해체와 전작권 전환은 유엔사의 군사권한과 책임의 부조화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됐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유엔사의 향후 역할 및 임무와 관련해서는 양국의 정해진 입장이 아직 없다”면서 “다만 전작권이 전환되고 연합사가 해체된 다음 유엔군사령관의 권한과 책임을 정하는 문제는 국제법 등을 따져봐야 하는 복잡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엔군사령부가 정전체제 유지 기능을 계속 맡아야 한다는데는 한.미간 이견이 없다”면서 “그러나 한.미 지휘체계 전환 과정에서 유엔군사령관이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가질지가 앞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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