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군사현안 `줄다리기’ 시작되나

한미 군 당국간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탄도미사일방어(BMD) 계획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 주한미군 해외 차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반도를 둘러싼 민감한 군사현안을 놓고서다.


미국은 2월 들어 단 며칠 새에 그간 잠복되어 있던 BMD와 주한미군 차출 문제를 수면 위로 끄집어 올렸고, 한국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진화하는 데 급급했다.


논란의 불씨는 미 국방부가 지난 2일 발표한 `2010 4개년 국방검토(QDR)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미 국방부는 QDR 보고서에서 주한미군이 전진배치 개념에서 가족을 동반하는 전진주둔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이 제도가 정착되면 주한미군을 전세계의 우발사태 지역으로 차출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은 미국의 세계전략에 맞춰 해외 주둔한 미군이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 파견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주한배치 전력 약화라는 여론에 따라 줄곧 반대하다 지난 2006년 그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로 주한미군이 해외로 나가기 위한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미 국방부에 의해 공식화되면서 그 우려가 표면화된 것이다.


여기에 주한미군의 전진주둔화가 3~4년 내에 완료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자 주한미군사령부는 `2010년대 후반이나 되어야 가능하다’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진화에 부심했다.


우리 정부도 실제로 미군 일부가 `먼훗날’ 역외로 이동할 경우에는 확실한 대체전력이 제공될 것이며 이를 위해 한미 간 협의를 해야 할 문제라고 못박았다.


BMD 문제에 있어선 보다 더 미묘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미 QDR이 한국을 BMD 체제에 참여하는 데 관심을 표명한 국가로 분류하면서 한국의 참여를 희망하고 나선 데 이어 페피노 드비아소 미 국방부 미사일방어정책국장이 이에 대해 한미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한국 국방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나서면서 `진실게임’ 양상을 보인 것이다.


당장엔 누구의 말이 맞는지 알 길이 없지만 이번 논란은 전세계적인 MD 방어망 구축을 추진중인 미국이 오래전부터 한국의 참여를 비공식적으로 타진해왔고 낮은 차원에서의 논의가 있었을 수 있다는 가정과 주변국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한국의 입장이 맞물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국방부가 “한반도의 안보상황과 국제정세 등을 종합 고려해 검토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도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다.


러시아가 최근 루마니아가 미국의 MD 참여 제안을 수용하는 등 유럽에 MD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계획을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로 적시한 데서 보듯 주변 강대국의 맞물린 이해는 우리 정부의 `미국형 MD’에 쉽사리 동참할 수 없게 하는 이유다.


미국이 우리의 최우선 동맹임에는 분명하지만 외교 다변화를 천명한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의 요구에만 천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군은 미국의 MD에 참여하는 대신 2012년까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탄도유도탄 작전통제소(AMD-Cell)를 구축하기로 하는 등 하층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한국형 MD체계’를 갖추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 방어망을 자체 구축하면 되지 굳이 같은 목적으로 미국의 MD 체제에 편입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군 관계자는 7일 “미국의 언급은 단지 미국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며 “현재로서 우리는 미국의 MD망에 들어갈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에 대해선 다소 양상이 뒤바뀐 분위기다.


우리 정부는 정권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의 일관된 연기요구를 미측에 전달하는 등 내심 전작권 이양 시기 재검토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미국은 약속된 전환 일정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사안의 휘발성이 워낙 강해 국내 일각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미국의 의중을 떠보는 형식이지만 미국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 내의 전작권 전환 연기론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대신 MD 참여를 보장받으려는 `연계론’을 구사하지 않겠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미국의 QDR 발표를 계기로 MD 참여와 주한미군 차출, 전작권 전환 등 한미 군사이슈에 대한 당국 간 논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시각이 대두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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