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韓국적 탈북자 처리 ‘고심’

미국 로스앤젤레스 이민법원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의 망명 신청을 올 4월에 이어 지난 달에도 승인하자 한미 양국이 대처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번 승인이 미 사법부의 결정 사안으로, 우리 정부로서는 외교 노력에 한계가 있고 한국적 탈북자에게는 ‘북한인권법’을 적용치 않기로 한 미 행정부로서도 사법부, 그 것도 주(州)별로 적용하는 법에 차이가 있는 지방 법원의 결정에 대놓고 개입하거나 반기를 들 수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17일 “미국 측에 설명을 요청했으며 미 국무부도 로스앤젤레스 이민법원과 접촉하면서 자세한 경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지난 4월에 있었던 망명 승인 건과 더불어 이번 결정도 ’선례’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말해 이 문제에 대해 적어도 현재까지는 별 뾰족한 해법이 없음을 은연중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답변도 ’이러한 결정은 어디까지나 사법부가 독자적으로 내린 것이며 북한인권법과 전혀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밝히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민법원의 망명 승인은 특별한 이의제기가 없는 한 ’최종심’에 해당한다. 9.11 테러 이후 신설돼 망명 문제도 포괄적으로 다루는 미 국토안보부가 해당 법원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미 행정부 측이 가용할 대응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4월 서재석씨의 망명 신청을 로스앤젤레스 이민법원이 받아들였을 당시 국토안보부는 항소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서씨와 마찬가지로 한국국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망명이 승인된 A씨(33.여)의 경우에도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지 이미 한 달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 미 행정부가 국토안보부를 통해 항소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LA 지방법원의 이번 결정이 얼마만큼 북한인권법을 인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해당 신청자가 한국국적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법원 측이 어떠한 논리를 펼쳤는지도 확인이 어렵지만 법적 논리를 동원해 이번 망명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기에는 여의치 않다는 게 중론이다.

미 행정부 입장에서도 딱히 어떤 조치를 취하기가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한 이민법원이 내린 결정이 설혹 미 정부의 탈북자 정책에서 벗어나더라도 행정부가 사법적 판단의 영역에 개입하려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심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민법원 측이 망명 신청인의 신변 보호 차원에서 망명이 승인된 후에도 공식적으로 판결문 등을 통해 망명사유나 승인배경 등을 밝히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행정부 쪽에서 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 미국 정부 당국자 측의 설명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각 지역 이민법원들이 북한인권법은 ’이미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들에게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교육용 문서’를 배포하는 정도가 당장 미국 행정부가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조치가 아니겠는가”라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현재 A씨와 유사한 약 20건의 망명 신청이 법원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정확한 시점이야 알 수 없지만 이 후에도 망명 승인은 지속적으로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두 나라 정부가 애써 ’선례가 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는 있으나 이번 망명 승인은 앞으로 미국의 이민법원들이 북한인권법을 해석하는 데 참고할 만한 사건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