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北불능화 복구’ 놓고 ‘딴소리’

북한의 영변 핵시설 복구와 관련된 보도가 전해진 3일 오후부터 4일 오전까지 북핵 외교가는 한동안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행위를 놓고 서로 다른 설명을 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시설 복구 여부에 대해 취재진들의 관심이 고조되던 3일 저녁 10시가 넘은 시각,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원상복구 조치를 오늘부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후 ‘북한이 영변 핵시설 복구 작업을 개시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로 시작되는 문태영 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그러나 잠시 뒤 미국 워싱턴에서 다른 얘기가 나왔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저장소에 보관했던 일부 장비들을 이동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불능화 작업에 들어간 영변 핵시설을 다시 복구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장비를 이동시킨 것과 복구작업을 개시한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다를 수 있는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4일 오전 외교부 당국자는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조금 혼선이 있는 것 같다”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우선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해 이 당국자는 미국측에 확인한 결과 “북한이 3일 불능화 작업시에 제거해 창고에 보관했던 장비들을 옮겨서 현장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것이 파악됐다”면서 “북한이 이미 2일 미측에 통보했고 3일 실제 장비 이동이 있었기 때문에 (복구작업이) 실제 시작됐느냐, 아니냐는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나아가 “나무를 심으려고 하는데 삽을 가지고 나오는 것을 보고 나무 심는 행위에 포함되느냐 아니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은 것 아니냐”는 비유를 동원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공식으로 ‘핵시설 복구 작업 개시’를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한 것을 알고 있었을 미 국무부가 뉘앙스가 다른 브리핑을 한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 양국이 북한의 최근 행보에 대해 서로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를 중단하고 원상복구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정부 당국자는 거의 공개적으로 “북한은 테러지원국 해제가 실제로 이행되지 않은데 대해 불만의 표시로 긴장을 고조시켜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끌고 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4일 간담회에서는 상황에 대한 평가를 삼가는 등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 워싱턴에서 3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난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복구 움직임에 대해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힐 차관보의 상황인식을 전하면서 “특별히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는 코멘트는 없었고, 힘든 상황(tough situation)에 들어가는 것 같다는 언급을 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정부가 사태 초기 상황을 다소 안이하게 판단하다가 미국의 진단을 전해듣고 신중한 입장으로 전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자 지난달 26일 정부 당국자가 북한의 성명에 대한 ‘공개 평가’를 내린데 대해 외교가 일각에서는 ‘신중하지 못한 처신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공식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당국자가 ‘협상전술’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북한을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