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北미사일 `상황관리’ 모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대북 대화에 무게가 실린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이 때문에 북한의 로켓 발사가 기정사실로 굳어져가는 상황에서 발사 뒤 어느 정도의 냉각기는 있겠지만 북핵 6자회담 등 대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인식하에 한.미가 상황관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실린 인터뷰에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전날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계획이 현재로선 없다고 밝힌데 이은 것으로, 한.미 모두가 북한의 로켓을 요격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이 대통령과 게이츠 장관의 발언은 한.미가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해 보였던 강경입장보다는 한 걸음 물러선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분석이다.

게이츠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포착된 직후인 지난달 10일 “북한이 미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준비를 계속한다면 미국은 이를 요격하기 위한 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특히 게이츠 장관의 전날 발언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앞선 발언과도 맞물려 주목을 끌었다.

보즈워스 특별대표는 지난 28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이상적으로는 북한 지도자인 김정일과 만나고 싶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높은 외무성 고위 인사들과 접촉하고 싶다”고 고 말해 북한에 고위급대화를 제의했다.

그는 특히 핵 문제와 관련한 북한과의 협상과 관련, “우리는 거래(deal)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전략적 긴급성이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두 동맹국(한국, 일본)을 포함한 지역 국가들과도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게이츠 장관의 이날 발언은 궁극적으로 보즈워스 특별대표에 이어 대북 대화 쪽에 방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의 이 날짜 인터뷰 내용도 미국 측과의 조율을 거쳐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정부 역시 그동안 미국과 일본 등이 북한의 로켓에 대해 요격 가능성을 거론하는 데 대해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처럼 `반대’를 공개적으로 밝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희 국방장관이 지난 18일 국회에 출석, “미국 국방장관과 일본 방위상이 북한의 발사체가 일본 영토를 침범하거나 미국을 향해 날아올 때 요격 가능성을 이야기했지만 요격은 그들의 판단”이라고 말한 것이 그동안의 정부 입장이었다.

한.미가 이처럼 `신중모드’, 나아가 일단 대북대화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우선 북한의 로켓이 그들이 주장한대로 실제 `인공위성’일 가능성이 적지 않은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발사할 로켓은 그들의 주장대로 실제 인공위성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면서 “자신의 영토에 떨어지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인공위성을 요격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물론 인공위성이라 해도 여기에 사용된 로켓은 언제든지 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어 동북아정세에 위협요인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대응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중.러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 제재를 결의하기가 만만치않다.

따라서 한.미가 강경 일변도로 나갔다가는 추후 한.미.일과 중.러 간의 시각차만 드러내 향후 북핵협상 등에서 북한에 허점만 노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고민도 엿보인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해도 어차피 북핵해결 등을 위한 대화 노력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응의 수위조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북한에 강력한 경고도 주면서 대화 분위기도 해치지 않는 묘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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