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北도발 언제까지 참을까

북한이 핵시설 재가동을 경고하고 나서는 등 북한 핵문제의 위기지수가 급격히 높아졌지만 한국과 미국 등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은 대응조치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에 상응해 다른 참가국들이 95만t에 상응하는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작년 2월에 맺어진 북핵합의(2.13합의)의 골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핵시설 재가동까지 갈 것 없이 복구에 착수한 것만으로도 북한이 이미 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미 등은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은 불능화와 연계돼 있으니 북핵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당장 지원중단을 선언하지는 않고 있다.

문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경제지원에 대해 “아직 중단방침이 결정된 바 없으며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북한 핵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돌아올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니 여전히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 등은 아울러 북한을 협상테이블에 돌아오게 하기 위해 대북 설득에 힘쓰는 모습이다.

유명환 외교장관은 24일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방침 통보와 관련, “북한이 더는 상황악화를 하지 않도록 다각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면서 “현재는 (사태 악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다각적인 외교적 노력을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 방침에 대해 “만약 북한이 그런 조치를 취하면 북한의 고립만 심화시킬 뿐”이라면서도 북한의 조치로 인해 북핵 6자회담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는 대북제재에 들어갈 ‘레드라인’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한.미 등의 거듭된 경고와 설득에도 북한이 실제 재처리시설을 재가동한다면 상황은 지금까지와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북한은 현재 8천개 정도의 사용후연료봉을 보유하고 있어 재처리시설에서 농축을 거치면 핵탄두를 1개 이상 제조할 수 있는 6∼8㎏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재처리시설을 가동해 플루토늄 생산에 들어간다면 현재로선 미국과의 협상의지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등은 북한에 협상의지가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 경제.에너지 제공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유엔 등을 통한 대북 압박에 들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 역시 핵시설 복구를 “핵신고서 제출에도 테러지원국 해제를 유보한 미국의 합의위반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추가 핵실험 등의 돌발행동으로 강력하게 반발, 출범 5년 동안 갖은 장애물에도 지속돼 온 북핵 6자회담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