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6자회담서 대북 중유제공 논의가능’

한국과 미국은 오는 8일 열릴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핵 동결 등 9.19 공동성명 이행의 초기단계 조치를 이행하는데 동의할 경우 상응조치 차원에서 대북 중유제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그러나 양국은 9.19 공동성명에 명시된 경수로 제공 및 200만kW 대북 송전은 초기단계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거론될 수 없다는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이날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千英宇)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찬 회동 후 “(북한과) 중유제공에 대해 협의한 적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9.19 공동성명에 에너지 및 경제지원 관련 조문이 있다”고 말해 중유 문제를 논의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도 “북.미 양국 당국자로부터 북한이 중유 또는 에너지 제공을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면서도 “중유는 제도적.법적.기술적으로 한.미.중.러.일 등 5개국이 합의하면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오픈’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일본 아사히(朝日) 신문은 이날 최근 방북한 미측 인사들의 전언을 근거로 북한이 오는 8일 재개될 차기 6자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동결 등 초기조치의 대가로 연간 50만t의 중유나 그에 상응하는 대체 에너지 제공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미가 1994년 도출한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르면 미국은 영변 5MW원자로 등 핵시설 동결의 대가로 북한에 연간 50만t의 중유를 제공키로 했으며 이 합의에 따라 2002년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UEP) 파문이 불거지기 전까지 북한에 중유를 제공했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북한이 차기 회담에서 경수로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에 대해 “핵보유국임을 주장하는 나라는 핵비확산조약(NPT) 4조에 규정된 평화적 핵 이용권리가 없다”며 “초기단계 조치 협상에서 경수로는 논의될 수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정부의 200만kW 대북 직접송전 계획이 차기 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북 송전은 비핵화과정 종료를 전제로 한 제안”이라며 초기조치에 포함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천영우 본부장은 이날 힐 차관보와 회동 후 “차기 회담 전략에 대해 한.미간 마지막으로 조율을 했다”면서 “한.미간에 차기 회담 전략에 대해 완벽한 의견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초기이행조치에 대해 입장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북한에 제공할 상응 조치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회동에 앞서 “우리는 9.19 공동성명 이행을 어떻게 시작할지에 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며 “지금 공동성명 전체를 이행할 수는 없지만 그 이행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기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의 좋은 시작을 보길 원하며 가능한 한 많은 요소들을 (합의문에) 넣고 싶다”고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