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 평화적 핵이용권’ 논란 진화 부심

북한이 평화적인 핵이용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의 발언으로 한미간 이견이 노출되는 모양새를 띠자 양국 정부가 이에 대한 논란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자칫 제4차 6자회담의 최대 쟁점인 북핵 폐기의 범위를 두고 그동안 긴밀했던 양국간 공조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결단만을 남겨둔 현 시점에서 예상치 못했던 한미간 이견이 돌출함으로써 북한에게 핵포기 결단을 미룰 구실을 주고, 그에 따라 6자회담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일부 언론에 의해 마치 한미간에 큰 ‘충돌’이나 있는 것처럼 비쳐지자 김홍재 통일부 홍보관리관은 11일 “정 장관의 발언 취지는 핵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일반적 권리를 언급한 것이며 이를 놓고 한미간 충돌이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즉각 해명하고 나섰다.

그는 “한미 양국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다”며 양국간 긴밀한 협의체제가 흔들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논란이 가시지 않자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소모적인 논란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11일 밤 늦게 주무 부처인 외교통상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우리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조태용(趙太庸)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NPT(핵무기비확산조약)에 복귀하고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안전조치를 준수하면 평화적 핵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조 단장은 “신포 경수로 종료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비록 NPT 규정 사항이기는 해도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흑연감속로는 제외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허용에는 명확한 전제가 붙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제네바 합의 파기와 영변 5㎿ 원자로에서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등 신뢰를 잃은 북한이 ‘지금’ 해야할 의무만을 나열하고 있고 우리 정부는 향후 북한이 국제규범을 준수했을 경우 당연히 뒤따를 평화적 핵활동의 권리까지 언급했을 뿐 미국측 입장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것이다.

결국 어느 단계를 ‘강조’했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 한미 양국 사이의 입장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얘기인 셈이다.

그는 일부 외신에서 우리 정부가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 북한이 핵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대해 “무책임한 보도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미국의 대응도 발 빨랐다.

애덤 어럴리 국무부 부대변인은 한국의 공식 설명이 있은 직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양국간 이견은 없다”며 불끄기에 나섰다.

어럴리 부대변인은 “협상에는 당사국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기 마련이며, 우리는 중대한 진전을 이뤘고 합의문안이 4차 수정안까지 가게 된 것은 의견일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현 상황이 한미간 ‘이견’이 아니라 각국의 ‘의견’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지극히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부시 대통령이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NPT에 복귀하든, IAEA의 사찰을 받든 미래에 허용할 수 있는 평화적 핵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아 4차 6자회담 속개를 앞두고 한미간에 이 문제에 대한 조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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