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남북관계 속도’에 미묘한 시각차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북핵 6자회담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남북관계는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면서 남북관계의 진전 속도를 놓고 한미 간에 미묘한 시각차가 감지되고 있다.

양국이 북핵 6자회담의 진전 상황을 고려해 남북관계를 끌어가야 한다는 큰 원칙에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미국은 남북관계가 6자회담 뒤에서 따라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한 반면 우리는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관계가 6자회담보다 앞서 갈 수도 있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6자회담과 남북관계의 상관관계에 대해 최근 먼저 화두를 던진 쪽은 미국이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는 4일 한 강연에서 “남북관계 진전은 2.13합의, 9.19공동성명과 조율돼야 한다”면서 “병행추진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니고 서로 속력을 내는데 페이스가 맞아야, 조율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또 한국정부로부터 `남북관계 진전은 6자회담보다 반보 뒤쳐져 가야한다’고 들었으며 이는 워싱턴에서 좋게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은 `북핵 2.13합의의 이행 상황을 보고 남북관계를 진전시켜달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더 나아가 경공업 원자재-지하자원 공동개발 협력이 본 궤도에 오르는 등 최근 급물살을 탈 조짐을 보이는 남북관계에 대한 불편한 시각이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에 대해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이재정(李在禎) 통일부 장관은 7일 다소 다른 견해를 내비쳤다.

이 장관은 이날 한 강연에서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에 대해 “6자회담과 남북관계의 순서를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때론 남북관계가 6자회담으로부터 지원과 동력을 받을 수 있고 때로는 남북관계가 더 큰 틀에서 6자회담의 결의사항을 집행하도록 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를 북핵문제의 종속변수로 여겨서는 안되며 6자회담이 지지부진할 때에는 남북관계가 앞서 나가면서 북핵문제의 진전을 이끌 수도 있다는 주장으로, 미국의 시각과는 적잖은 차이가 느껴진다.

물론 그는 “남북관계는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무시해 갈 수는 없다”고도 말했지만 “한반도 문제는 결국 남북의 문제이지 다른 사람이 풀어줄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힌 대목에서는 미국의 개입에 대해 마뜩찮아 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미 양국의 이 같은 시각차는 BDA 문제로 북핵진전의 발목이 묶이면서 생긴 일시적 현상으로 보여 BDA 문제가 해결되고 2.13합의가 이행되면 자연히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지금의 정체국면이 지속되거나 상황이 악화된다면 양국의 신경전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경공업 원자재-지하자원 공동개발 협력’을 놓고 한미 간에 적잖은 이견이 노정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이 사업이 열차시험운행을 조건으로 시행하도록 남북 간에 합의된 만큼 북핵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생각이 강한 반면 미국은 이 사업도 대북 쌀 지원과 마찬가지로 2.13합의 이행과 연계해 진행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2.13합의 이행은 계속 늦춰지는 반면 열차 시험운행은 실시되는 상황이 온다면 경공업 원자재 제공을 비롯한 각종 남북경협 사업에 대해 한미 간은 물론 국내 내부에서도 상당한 논쟁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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