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지이전 지연’ 충돌하나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주한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 지연 가능성과 올해부터 2년 간 적용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해 파장이 예상된다.

벨 사령관은 이날 서울 용산구 주한 미 8군사령부 밴플리트 홀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기지이전 지연 가능성 보도에 놀랍고 우려한다며 “기지이전 문제가 정치적, 예산 문제로 연기되는 어떤 결정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문제는 조만간(pretty quick in the future) 이것(기지이전)이 예산상 또는 정치적 결정으로 중단(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에 대해 싸울 것(I will fight this)”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싸우다’라는 의미의 ‘fight’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기지이전 지연 가능성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앞서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 역시 기지이전 지연 가능성 보도가 나간 뒤 한국 측에 강한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벨 사령관은 이날 기자회견 내내 주한미군 장병 및 가족들의 ‘삶의 질’ 문제를 기지이전 지연에 반대하는 이유로 들었다.

주한미군 장병과 가족들의 근무여건 및 주거환경 개선은 오래된 약속이며 주한미군사령관으로서 한반도 방위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는 이들과의 약속을 더 이상 저버릴 수 없다는 것.

한미는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을 2008년까지 완료하기로 합의했지만 기지이전 비용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과 평택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으로 이전은 적어도 4∼5년 가량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벨 사령관의 발언은 현재 한미가 협상중인 평택기지 마스트플랜(MP) 작성 작업이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날 벨 사령관의 공개적 불만 토론은 한미 간 기지이전 비용 분담 협상에서 미 측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벨 사령관의 불만 표시에 따른 파장을 의식한 듯 “한미 실무자들 간에 2008년 이전 완료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지이전 지연에 대한 한미 간 공식 승인이 난 것은 아니다”며 “문서상으로 여전히 2008년이 유효하다”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벨 사령관은 기지이전 지연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 목표시기로 2009년을 다시 언급하며 기지이전이 현실화 될 경우에도 전작권 이양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혹시라도 기지이전이 지연되더라도 전작권 전환은 “기술, 통신 등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오는 24~25일 서울에서 열릴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한미간 기지이전 지연 문제와 전작권 전환 시기를 두고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벨 사령관은 이밖에 한미가 지난해 12월 합의한 2007∼2008년 방위금 분담금 협상 결과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 큰 재정부족에 직면하게 됐으며 올해 1천억 원 이상의 부족분을 해결해야 한다”며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천억 원 이상이 부족해 다음 달 한미 양국 정부에 부족 예산을 해결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계획 및 활동에 있어 축소해야 할 부분을 제시할 것”이라고 언급, 새로운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주한미군의 전투준비태세에 영향을 미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노무자, 한국기업으로부터의 군수보급물자 및 용역 구매, 서울 이남 통합기지에서의 각종 건설 프로그램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찰스 캠벨 전 주한 미 8군사령관도 2005년 4월, 방위비 분담금 협상결과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한국인 군무원 해고 등을 단행,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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