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 대북 핵신고 압박 공조 강화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와 관련한 ‘결단’을 재촉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미국, 중국 등 핵심 관련국들은 26일 수뇌부가 대거 나서 북한에 대한 메시지를 분명히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핵을 포기할 때 북한 정권도 안정될 것이고 평화도 유지될 것이며 경제도 자립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 수 있다”면서 “우리는 북핵 폐기를 위해 6자회담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노력을 계속해야 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이런 현안이 해결되면 (북한과) 협력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 전화를 걸어 북한의 완전하고 정확한 핵신고를 이끌어내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부시 대통령과 후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 프로그램과 핵확산 활동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도록 촉구하는데 있어 6자회담 다른 당사국들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고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외교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회담을 갖고 보다 구체적인 대북 메시지를 공개했다.

유명환 외교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북핵 신고에 대한 인내심’의 한계를 상기시키면서 북한측에 조속한 시일 내 완전하고 정확하게 모든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신고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유 장관은 “시간과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며 “북한이 좋은 때를 놓치지 말고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신고를 제출하기 바란다”고 강조했고 라이스 장관도 “이제는 정말 (북핵문제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핵신고문제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10.3합의에 따라 당초 지난해 연말까지 완료됐어야 할 핵신고가 계속 이행되지 않을 경우 언제까지 손놓고 인내하지 않고 새로운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미국은 이미 지난 13일 제네바에서 접촉을 갖고 핵신고와 관련해 `매우 깊은 협의’를 가진 상태다. 당시 협의에 나선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등이 밝힌 내용을 토대로 하면 당시 양자협의에서 ‘상당한 진전’으로 해석할 수 있는 핵신고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북핵 외교가에서는 ▲핵 신고서를 플루토늄 항목과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 항목으로 구분해 각각 중국와 미국에 제출토록 하는 방안 ▲과거 상하이 공동성명 처럼 북.미 양측의 주장을 병기하면서 내용을 충실히 하는 방안 ▲간접시인 방안 등을 가능성있는 절충안으로 상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UEP 문제와 시리아 핵협력 의혹에 대해 ‘북한의 시인을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간접시인 방안이 매우 유력한 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접시인 방안은 ‘북한이 우라늄 활동과 핵확산 활동에 개입했다는 것이 미국의 이해사항’이라는 내용을 핵 신고서에 기술하고 이 내용에 대해 ‘반박하지 않는다’는 북한의 입장을 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은 미국이 제시한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의 움직임을 탐색한 결과 아직까지 북한의 답변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때문에 힐 차관보는 25일 워싱턴 시내 애틀랜틱 카운슬 주최 강연에서 이달 초 제네바 회담 이후 뉴욕채널을 통해 핵신고 문제를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향후 수 주가 대단히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 방안 또는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다른 방안에 동의할 경우 미국은 북한이 핵 신고서를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제출하는 시점에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이미 전달한 상태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물론 한국, 그리고 중국 모두 북한 수뇌부가 부시 행정부와 협상할 의지가 있는 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어한다”면서 “이제 북한이 더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한국과 미국, 중국의 압박에 신속하게 반응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내 국내정국 등의 요인으로 인해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8월까지를 시한’을 설정해놓은 것을 감안할 때 북한도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 조만간 ‘응답’을 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새 정부 출범으로 한반도 정세가 아직 확고하게 질서를 잡지 못하고 있는 데다 북 측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부시 행정부와의 협상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시간끌기’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만만치않다.

특히 북한이 27일 새벽 개성공단에 나가 있는 한국 정부인원을 강제 철수시킨데서 보듯 서서히 한국 정부와의 대립각을 세울 경우 핵협상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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