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중.일 북핵회동과 ‘김계관 변수’

“이번 기회에 북한의 의중을 보다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5일 북한의 핵시설 복구 움직임 속에 전격적으로 열리는 한.미.중.일 6자회담 수석대표간 ‘베이징(北京) 회동’과 관련, 최대 관심사안은 ‘김계관 변수’라고 말했다.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이자 짧게는 지난 수년간, 길게는 90년대부터 미국과의 핵협상에 임해온 북한의 ‘대표 협상일꾼’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베이징에 등장할 경우 검증 고비에서 멈춘 듯한 핵협상이 다시 진전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분석은 최근 북한이 보인 행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북한 외무성 대변인 성명의 마지막 부분에는 ‘우리 해당 기관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영변 핵시설들을 곧 원상대로 복구하는 조치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다시 말해 핵시설 불능화 중단과 원상복구 결정이 ‘해당 기관들’의 요구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해당기관들은 그동안 미국과 해온 검증협의에 만족하지 못하는 기관을 의미하며, 가장 큰 기관으로는 역시 군부라고 봐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은 당시 성명에서 미국이 제시한 검증방안에 대해 ‘이라크에서처럼 제 마음대로 가택수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지난달 22일 뉴욕에서 진행된 북.미 회동에서 북한측은 미국이 제시한 검증 방안에 대해 나름대로 성의있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미국의 검증방안은 사전에 중국과 협의를 거친 만큼 앞서 미국이 제시한 안에 비해 매우 탄력적으로 보완돼 있어 미국측은 나름대로 북한측의 긍정적 답변을 기다렸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며칠뒤인 26일 ‘불능화 중단’ 성명을 발표했다. 긍정적인 답변이 아니라 아예 판을 깰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담겼다.

결국 이런 움직임은 북한 군부의 강경 목소리가 6자회담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관측을 낳게한다.

그러나 북한이 5일 현재까지는 불능화가 진행돼온 핵시설에 대한 복구 작업을 본격화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북한의 최종 선택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5일 익명의 워싱턴 외교전문가의 언급을 인용, “북한이 보관 창고에서 영변 핵시설로 이동시킨 장비는 ‘절단한 전선장비'(disconnected cable)로 보인다”며 “단순한 장비 이동만을 가지고 북한이 본격적인 핵시설 재가동에 들어갔음을 알리는 ‘실질적인 위기국면’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절단한 전선장비’를 이동시킨 것을 핵시설 복구로 직접 연결시키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북한이 파국을 원하는 지, 아니면 타협의 길로 나아갈 지를 살펴볼 기회가 있다는게 북핵 외교가의 판단이다.

그 바로미터가 바로 5∼6일 베이징에서 진행될 한.미.중.일 6자회담 수석대표간 연쇄 접촉이다.

4개국 수석대표가 베이징에 집결하는 기회에 북한의 김계관이 나타날 경우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의 회동을 통해 쟁점에 대한 일괄타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의장국 중국이 북.미 양측의 검증협의를 촉진할 ‘중재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극적인 반전을 그려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있다.

김계관 부상이 나타나지 않고 북한이 추가 위협조치를 단행할 경우 핵 협상과 6자회담은 전체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핵협상의 특성상 북한이 빠진 협의는 어떤 것도 내용성을 가질 수는 없다는 점에서 4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더이상의 상황악화는 곤란하다’는 하소연 외에는 달리 사용할 수단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북한이 미국의 민주-공화당 대선주자가 선출되는 시기에 맞춰 강경조치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데서 보듯 미국 차기 행정부를 의식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김정일의 뜻을 따라 부시 행정부와의 협상을 포기하고 시간끌기에 돌입했을 개연성도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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