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동북아 미래’ 인식 공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에서 동북아 문제에 대해 상당 시간 속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이 “동북아가 어떻게 가야 될지에 대해 한국의 대통령으로부터 듣고 싶다”며 노 대통령의 의견을 구하면서 동북아 평화협력 틀 구축문제를 비롯해 미중, 미일, 중일관계 등 역내 양자관계 전반에 이르기까지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한미관계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장래를 어떻게 한미가 서로 손을 잡고 끌고 이끌어가야 할지에 대해 아주 폭넓은 대화를 했고,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은 대화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의 핵심의제였던 북핵문제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등 한미동맹 문제의 정상간 의견조율이 일사천리로 이뤄짐에 따라, 회담 후 이어진 오찬에서 자연스럽게 동북아 미래를 화두로 한 정상간 대화가 전개됐다는 설명이다.

양 정상은 우선 동북아에 다자안보 협력체제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안보 체제는 노 대통령이 일관되게 밝혀온 역내 평화번영 모델로, 노 대통령은 지난 10일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제1차 정상회의 선도발언을 통해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 구축에 관한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구상은 유럽의 신뢰구축과 통합의 경험을 동북아에 적용한 것으로 협력안보, 포괄안보, 인간안보를 그 지향점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 정세에 대한 양 정상의 이 같은 공감대 형성은 노 대통령의 역내 통합 구상에 부시 대통령이 지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양 정상은 동북아에 다자간의 안보협력 메커니즘이 없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런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데 생각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또한 동북아 평화를 위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 당국자는 “중국이 동북아 뿐만 아니라 지역평화와 안정, 그리고 번영에 있어 계속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 해야 한다는 데 양 정상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특히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 동북아 장래에 대해 ‘현장’에 있는 한국의 대통령은 어떻게 보고 있느냐”고 묻고 “여기에 대해 좀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북핵문제 해결 등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게 노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두 정상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중국의 역할론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확인한 셈이다.

이는 또한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후 미중 관계가 유엔 대북 결의안 채택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가까워졌음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부시 대통령이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한 일본의 역할이나 자세에 대해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양 정상간에는 최근 독도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최근 한일 양국이 동해 방사능오염 실태에 대한 공동조사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한국측 인식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동해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문제에 대해서 대화가 있었다”며 “앞으로 동해를 관리하는 데 있어 좋은 규범 내지는 관리의 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우리 정부가 갖고 있고, 그 생각에 대해서 미국도 좋은 방안이라는 반응이 있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이 또 북한 미사일 실험 발사에 대한 일본의 ‘과잉대응’이나 독도영유권 문제 등 한일관계를 경색시킨 요인을 거론하거나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우려가 “대화 중에 다 비쳐 있다”는 것이 회담 참석자들의 분석이다.

이 당국자는 “동북아에서 북한으로 인해 군비경쟁 등 부정적인 상황이 전개되는 양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공감하는 것을 양 정상이 다 깔고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회담이 아주 건설적이었다”며 “한미관계를 한 단계 성숙, 격상시키는 그런 관문을 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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