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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10일 오전(한국시간 11일 자정)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에서 핵무기 완전제거가 양국의 공동 목표임을 확인하고 북한의 즉각적인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한을 6자회담으로 유인하기 위한 새로운 제안은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6월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제안한 포괄적 협상안이 여전히 유효하며 여기에 북한이 반응할 차례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양국 정부 관계자를 통해 흘러나온 ‘북한이 핵 포기에 응하지 않을 경우 안보리 회부를 포함한 다른 선택을 한다’는 대북제재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언론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간에 혹시 무슨 이견이 없는지 그런 걱정들을 많이 했는데 만날 때마다 이견은 없다”면서 “(양국은) 기본원칙에 완벽히 합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게 마지막 기회라는 경고 메시지
노 대통령이 강조한 ‘기본원칙에 대한 완벽한 합의’는 북핵불용, 외교적 평화적 해결, 6자회담 내 해결로 해석된다. 다만 평화적 해결을 지속하되, 북한이 핵 보유를 고집할 경우 양국이 유엔안보리 회부 등 ‘새로운 선택’을 하기로 명시적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미국의 대북 압박책을 더 이상 반대하기 어렵다는 데 양국 간에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 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이른 시일 내에 대북 압박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유엔안전보장 이사회를 통해 강경책을 취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는데 나는 그런 보도 때문에 힘들다”며 “그 부분보다는 다른 사안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미스터 김정일에게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고자 한다. 가능한 한 빨리 국제사회에 합류해 우리 의견뿐 아니라 중국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며 북한의 즉각적인 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정부관계자, 더 이상 미국 설득할 명분 없어
회담장 주변에서는 이러한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새로운 대응 단계’가 준비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평화적 해결 원칙 합의를 통해 북한에게 아직은 기회가 있음을 밝혔지만 그러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측이 한국의 입장을 존중해왔지만 결과가 도대체 뭐냐는 불만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미국을 설득할 명분을 잃은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부시 행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이 북핵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안팎의 비판에도 인내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결국 또 다른 선택을 위한 명분이 충분히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에 북한이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3차 6자회담 제안 외에 다른 조치 취하지 않을 것
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이 이상 없다고 누차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한 목소리'(one voice)라고 화답했다. 양국 관계가 매우 돈독할 때 사용하는 외교 용어인 ‘친구'(friend)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언급은 한미동맹을 확인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전히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북핵 대응에 대한 군사적 옵션에 대한 이견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 정부가 어느 정도의 위험(cost)을 감수하면서도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할 준비가 돼 있는지가 관건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관련 근본적인 문제까지 분명한 입장 통일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한국이 ‘새로운 제안’을 했다 하더라도 미국측이 3차 6자회담 제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3차 6자회담에서 북한이 모든 핵을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경우 에너지 지원에 들어가고, 구체적인 조치에 착수하면 안전보장을 포함한 경제지원과 관계정상화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