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후 남북관계 향배는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정책에서 공조 원칙을 확인하면서 향후 남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이번 방미기간에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 등 북한문제와 관련해 다소 유화적인 메시지들을 연이어 내놨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실행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지 주목된다.

일단 이 대통령의 잇따른 유화적 대북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한.미 정상회담 후에도 남북관계는 지금의 `조정기’ 내지 냉각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전망은 우선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측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만한 내용이 없었던 데다 남측에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존중 입장을 어떤 식으로든 표명하지 않는 이상 북한이 앞으로도 선뜻 대화의 장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 당기관지 노동신문이 19일 김하중 통일장관만 지목해 “반통일 역적” 등의 원색적 표현을 동원해 비난한 데 이어 20일 이명박 정부에 대해 “더 늦기 전에 동족대결 책동을 걷어치우고 민족 앞에 사죄해야 하며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점도 이 같은 분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입장에서는 두 정상이 한국의 PSI(핵확산방지구상) 참여문제를 논의하지 않았지만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한 점 등으로 봐서 이번 회담 결과를 썩 좋은 방향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따라서 경색국면인 남북관계가 가까운 미래에 개선되길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이 남북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언급했지만 정부가 당장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대북 접촉 제안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통일연구원의 정영태 선임연구위원은 “이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하시라도 만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실용적인 의미에서 필요하면 만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특히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 같은 높은 수준의 제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재의 남북관계를 안정시키고 공식.비공식 대화를 통해 남북 간 신뢰를 쌓는 조치들이 선행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보다 적극성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차츰 힘을 얻고 있으며 우리 정부의 태도에 따라 관계 개선의 물꼬가 터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대통령이 방미기간에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남북대화 용의를 밝힌 이상 정부 당국으로서는 남북관계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져 설령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지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식량사정이 날로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측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더라도 남측의 인도적 지원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남북대화가 자연스럽게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도 이번 방미기간에 북핵문제와 대북 인도적 지원문제를 연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조성렬 박사는 “우리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남북관계 냉각기가 오래갈 것”이라면서 “정부가 나서기 힘들면 적십자사 등을 통해 인도적 지원문제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