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후’ 남북관계 전문가 전망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에 대해 전문가들은 3색의 전망을 내놓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지낸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남북대화를 역제의 할 가능성이 있고 남북 정상회담의 연내 성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당분간은 북미 양자구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남북관계 재설정을 위한 내부 조정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2007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남한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는 한 북한은 통미봉남(通美封南)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재진 =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지지 입장을 얻어낸 것을 큰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향후 남북대화를 본격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공조를 중심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한다는 명분도 쌓았다.

북한도 앞으로는 남북대화를 통해 실리를 챙길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인도적 지원을 받고 경협을 통해 달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북한이 이 대통령이 제시한 연락사무소에 대한 논의를 역제의할 가능성도 있고, 남북 양측이 그 과정에서 식량 지원 등 인도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진척시킬 수도 있다.

물론 북한은 연락사무소를 직접 언급하진 않겠지만 만나서 대화를 해 보자는 식으로 나올 수 있으며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가장 큰 선물인 연락사무소 설치에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0.4선언 합의 사항 역시 이명박 대통령과 다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정상회담이 연내 성사될 수도 있다.

북한은 북미관계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라는 지렛대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남한을 위협하는 국면은 4.9총선과 더불어 끝났다.

▲고유환 = 이명박 대통령은 새로운 것을 내놓기보다는 정상회담 일정이 모두 끝난 후 상황을 파악해 남북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노력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제안이 아니라 신뢰 회복인 만큼, 또 지금까지 할 말은 다 한 상황인 만큼 향후 관계를 재설정하는 과정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도 이번 회담에서 양국의 최우선 과제인 핵문제가 해결 국면에 들어가 있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재확인했고,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도 하지 않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수차례 언급했던 만큼 주변국을 순방한 후 입장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도 아직은 대남 비난공세를 완화하지 않고 있지만 부시 대통령의 임기 내에 북미관계를 진전시켜야 하는 만큼 새로운 환경에 맞게 시간을 갖고 냉각기를 가지며 내부적인 조정에 들어갈 수 있다. 또 관.민을 분리하는 태도를 취하며 자기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향후 이 같은 태도를 재검토하는 과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이 지금까지 원칙적인 입장만 내세워 왔다면 앞으로는 관계 재설정을 위해, 신뢰회복을 위해 눈높이를 조정하는 기간을 밟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당분간 6자회담의 틀에서 북한이 우리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려 하지도 않았지만 전향적인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북핵 해결을 전제로 임기 내에 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같이 만날 용의가 있느냐’는 기자회견 질문에 “노”라고 말한 대목은 주목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남.북.미 3자 정상이 만나 한국전쟁을 끝낼 수 있는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북한에 인센티브를 주려는 듯한 인상을 풍겼지만 이번에 ‘노’라고 단호히 밝힌 것은 북한에 ‘당근’을 주겠다는 것을 명백히 하지 않으려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는 있지만 먼저 제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대북정책의 기조나 콘텐츠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변화가 없으며 이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10.4선언 등 남북 정상간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기구가 다 마련돼 있어 이를 활용해도 되는데, 연락사무소 설치를 제의한 것은 어찌보면 남북관계에서 ‘휴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모양새다.

북한은 향후 ‘통미봉남’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남한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는 한 먼저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