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북핵돌파 새 전기 되나

한미 정상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을 맞아 17일 가진 양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재확인하고 6자회담과 평화체제 협상의 상보적 관계에 기대를 표시함으로써 북핵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날 양국 정상의 목소리가 주목되는 것은 6월10일 워싱턴에서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이 6자회담의 본격적인 재개 움직임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9.19 공동성명을 낳은 큰 흐름의 전환점이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해 ‘미스터 김정일’이라는 표현을 썼고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포기시 대북 체제안전 보장은 물론 북미 간 ’보다 정상적인 관계’를 추진하겠다는 조율된 입장을 내놓았다.

그 후 흐름을 보면 6.15 행사 참석차 평양을 방문한 정동영 대통령 특사는 김정일 위원장과의 6.17 면담을 통해 한미 정상의 대북 메시지를 전했고 북한의 ‘7월 중 6자회담 복귀’ 입장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이어 제4차 6자회담이 7월26일 열렸고 2단계에 걸친 ‘끝장토론’의 결과로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내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6월 워싱턴회담이 이런 결과로까지 연결됐다면 이번 경주회담은 북핵 및 한반도 문제에 어떤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까.

우선 시기적으로는 6월 워싱턴회담이 6자회담 재개에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열렸다면, 경주회담은 9.19 공동성명을 구체화하는 이행방안에 관한 협의가 막 시작된 시기에 맞물려 개최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워싱턴회담이 6자회담 재개의 길을 트는 계기가 된 만큼 경주회담은 이행방안 협상에 힘을 실어주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바닥에 깔고 있다.

내용을 보면 경주 공동선언은 북핵 포기를 전제로 ‘보다 정상적인 관계’나 ‘체제보장’을 제시한 워싱턴회담처럼 직접적인 대북 메시지는 적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다루면서 그 의미는 오히려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분석이다.

특히 ▲북핵 포기 ▲관계 정상화 ▲에너지ㆍ경제 협력 ▲평화체제 협상 등을 포괄한 9.19 공동성명에 따라 관계국 간 협상이 6자회담 뿐아니라 여러 트랙으로 나눠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평화협상을 언급한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실제 이번 공동선언에서 양국은 9.19 공동성명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이행하는 것이 한반도 화해와 평화통일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이는 이미 5차 1단계회담 끝에 북미 간에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는 금융회담을 열기로 합의하면서 회담이 가지를 쳐나가는 상황에서 평화체제 협상을 위한 논의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가시화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만든다.

특히 6자회담과 평화체제 협상의 ‘상보관계’를 언급한 것은 이들 회담체가 동시에 영향을 주고 받으며 굴러갈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으로 꼽힌다.

나아가 한미 정상이 “평화협상이 한미 동맹의 평화적 목표에 부합되게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협 감소와 신뢰 증진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평화체제 협상의 방향을 제시한 것도 눈에 띈다.

당연한 방향이지만 ‘군사적 위협 감소’와 ‘신뢰 증진’이 앞으로 열릴 평화체제 협상의 키워드가 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미 정상의 이런 목소리는 이번 APEC 기간에 북핵 문제가 양자간 현안으로 등장한 것과 맞물려 이뤄졌다는 점에서 무게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APEC 각료회의에서 의장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6자회담에 좀 더 박차를 가할 것을 당부하고 북핵 문제 해결이 아태지역 내 무역ㆍ투자를 원활히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유익하다고 지적,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18∼19일 금강산 관광사업 7주년을 맞아 금강산을 방문하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움직임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양 방문은 아니지만 평양에서 고위급 인사가 온다면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나 APEC에서 나온 목소리에 대해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PEC 기간에 나타난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이르면 내년 초 열리게 될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이행방안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평화체제 협상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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