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북핵 ‘협상틀’ 변화오나

“새로운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간 16일 워싱턴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서울의 북핵 전문가는 17일 북핵 협상의 ‘새판짜기’라는 새로운 기류가 조성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지혜롭고 현명한 대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온 공동성명이나 양국 정상의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이 거의 거론되지 않은 것은 오바마 정부가 생각하는 ‘협상틀’을 이해하는데 큰 시사점이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두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에서만 각각 단 한차례씩 6자회담을 언급했을 뿐이며 그나마 북한의 복귀를 촉구하는 내용이 아니라 6자회담 참가국 중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 국간 협력을 강조하면서 6자회담을 거론한 것이었다.

또 정상회담의 결과를 담은 ‘한미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에도 6자회담에 대한 명시적 언급은 없었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합의한 ‘경주선언’에서 9.19 공동성명에 대한 환영과 6자회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것과 크게 비교된다.

물론 ‘6자회담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 아직까지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지만 향후 대결국면에서 벗어나 협상국면이 재개되더라도 그동안의 6자회담과는 맥락이 달라질 것임을 예감케 한다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게다가 이번에 채택된 미래비전에는 ‘북한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폐기’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폐기’라는 문구는 과거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워싱턴의 강경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의 철학이 담겨있다며 극도로 꺼렸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연상시킨다.

한국은 물론 민주당의 오바마 정부가 최근 연이어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대해 어떤 정서를 갖고 있는 지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분위기는 양국 정상이 북한에 대해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결과가 따른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데서도 확인된다.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자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결의 1718호를 채택하고 ‘응징’을 다짐했지만 임기 말에 몰린 부시 행정부가 다시 협상에 나서 북.미 양자대화와 금융제재 해제 약속을 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따라서 당분간 오바마 정부는 유엔 제재결의 1874호의 효율적 이행을 위해 국제사회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협상용보다는 생존을 위한 ‘한방’을 얻기 위해 핵보유국’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이는 북한을 확실하게 압박, 야심을 포기하게 하려는 것은 물론이다.

또 북한이 안보리 제재 결의 이행 과정에서 추가 핵실험을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추가 도발을 할 경우 미국의 추가 제재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일을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협상 국면이 재개될 경우에 대비, 한국 정부도 면밀한 전략을 짜놓아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대결 국면에서 한.미 공조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갑작스런 국면 전환 시기에 이를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수월하지 않았다는 뼈아픈 경험도 있다.

90년대 중반 1차 핵위기 당시 김영삼 정부는 북한의 NPT(핵비확산조약) 탈퇴 이후 긴장감이 고조되자 긴밀한 한미공조로 대응했으나 이내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 착수하고 이를 본격화하자 ‘핵무기를 가진 자와는 악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결과적으로 협상에서 스스로 발을 빼고 말았다. 결국 북.미 고위급 대화를 통해 제네바 합의가 도출됐고 한국은 뒤늦게 경수로 건설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는 대가를 치르고서야 협상틀에 어렵게 개입할 수 있었다.

이런 점을 기억하는 전문가들은 ‘한번 손을 떠난 협상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격언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정부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 구상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실제 외교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국은 물론 중국 등 관련국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자칫 6자회담이나 북.미 양자협상이 재개되는 국면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주력하면서 한국을 따돌리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자국의 판단에 따라 대북 접근법을 언제든 달리할 수 있음을 명심하면서 우리의 대북 전략.전술을 효율적으로 구사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비화되는 북핵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 과정에서 우리의 국익을 수호할 수 있는 전술적 유연성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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