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4차회담 휴회는 싫다”

“휴회는 마지막 수단이다. 가급적 회담의 모멘텀을 이어가야 한다”.

제4차 북핵 6자회담이 11일째 계속되면서 휴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대해 우리 대표단 관계자는 5일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일시 쉬었다가 다시 연다는 의미의 ‘휴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북한이라는 협상상대의 특수성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 휴식시간을 갖게 되면 또다시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 가능할 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지난 3차 회담이후 온갖 우여곡절 끝에 13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 4차회담을 개최한 것만 봐도 이 관계자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이는 우리 대표단 뿐아니라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해 한미일 3국은 휴회보다는 다소간 시일이 걸리더라도 협상을 계속하자는 입장이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1995년 보스니아 내전 종식을 위해 21일간이나 지속된 ‘데이턴 협상’의 경험을 거론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인 것으로 보인다.

또 일각에서는 1995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진행된 북미 경수로 협상의 경험을 얘기하기도 한다.

당시 협상은 느슨한 휴식기간을 활용하면서 무려 30일간이나 계속됐다. 애초 1주일 정도로 예상했던 협상기간이 지루하게 길어지자 ’여비와 생필품’이 떨어진 일부 취재진은 말 못할 고생을 하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이 협상지속에 무게를 두는 것은 ’뭔가 이끌어 낼 수있다’는 판단도 한 몫 하고 있다.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주장하며 종전과 다름없는 얘기를 되풀이하는 북한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전과는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또 협상이 일단 중지될 경우 대북 강경론을 견지하고 있는 워싱턴의 네오콘들이주도권을 갖게될 우려도 휴회를 꺼리는 이유로 거론된다. 네오콘들이 “이렇게 올해협상해도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다. 6자회담은 이제 그만하자”고 나올 경우 협상파들의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대표적 협상파인 힐 차관보의 경우 협상이 아무런 성과없이 끝날 경우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강경파들이 득세할 경우 북핵 문제는 물론 한반도 정세가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면서 “어떻해 해서든 성과를 만들어내 협상의 맥락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으로서는 협상이 이 상태에서 중단되면 국내 정치 역학상 ’납치문제’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8일로 연기된 우정국 민영화 법안 국회처리 일정도 감안해야 하는 일본 대표단의 행보는 그래서 매우 조급해졌다는 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하지만 의장국 중국은 핵심협상 대상인 북한과 미국의 차이가 워낙 커 합의문 도출이 사실상 어려운 점을 들어 ’휴회’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대표단이 본국으로 돌아가 협의를 거친 뒤 다시 돌아와 논의를 지속하자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5대1’의 불리한 협상구도에서 벗어나려는 북한도 휴회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고, 주도적 협상위치에서 벗어나 있는 러시아도 드러내놓고 말하진 않지만 속으로는 ’일단 쉬자’는 분위기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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