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외교장관 연쇄회담…결과는

중국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막기 위한 평양에서의 ’특사외교’를 펼치는 가운데 19일 서울에서 잇따라 열린 한미,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은 북핵 사태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음을 실감케한 자리였다.

한미일은 약 6년만에 이루어진 3국 외교장관 회동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엄중한 입장을 받아 들여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를 취하지 말고 6자 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북한의 핵실험 성공여부에 관계없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현 상황 타개를 위해서는 북한의 전략적 결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날 중국의 대북 설득노력이 모종의 결과를 도출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이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비교적 온화한 톤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져 3자 회담결과가 극적인 사태 수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평양으로 급파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인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은 이날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해 후 주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19일 밤 귀국, 20일 미중 외교장관 회담 결과가 북핵 사태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국 외교장관, 대북압박 공조 의지.외교통로 유지 ‘공감’ =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0.9 북한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결의를 채택한 점을 평가하면서 양국이 결의 이행을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와 함께 두 사람은 북한이 2차 핵실험 등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강행할 경우 보다 강력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추가 핵실험 시 유엔 안보리를 통한 추가 결의 채택 등 가능한 조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사람은 또 유사시 미국의 한반도 방위 공약에 변함이 없으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 양국이 한미동맹의 틀 안에서 방위 협력을 공고히 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두 장관은 북한 핵실험에도 불구, 북핵 폐기를 목표로 한 6자회담의 틀은 여전히 유용하며 대화를 통해 북한을 6자회담에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

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표현을 쓰긴 했지만 외교해법의 유용성을 십분 공감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 장관은 “제재를 위한 제재가 아니라 제재를 통해 북한을 핵 폐기로 끌어들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고 라이스 장관은 “6자회담을 통해서 당근과 채찍을 함께 써야 올바른 결과를 낼 것”이라고 언급했다.

두사람의 인식은 아소 다로 일본 외상까지 가세한 이날 저녁 한미일 3국 외교장관에서도 그대로 재확인됐다.

3국 외교장관은 약 6년만에 가진 회동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엄중한 입장을 받아 들여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를 취하지 말고 6자 회담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PSI 참여수위는 과제로 남겨둬 = 한미 장관에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은 역시 확산방지구상(PSI) 문제였다.

두 사람은 안보리 결의 이행 차원에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강한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지만 PSI 참여 확대 문제 등에 대한 온도차는 앞으로 해결할 과제로 남겼다.

라이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남북해운합의서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PSI 참여는 지속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해 현재 옵서버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참여수준을 높일 것을 완곡히 권고했음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반 장관은 남북해운합의서를 통해 무기를 실은 북한 선박을 검색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음을 전한 뒤 PSI 참여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추가 참여 수준에 대한 확답은 뒤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PSI 참여에 대한 국내 부정적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우리 정부의 고민에 대해 미측의 이해를 구했다.

아울러 양측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유지 문제와 관련해서도 모종의 조정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구체적인 조치 내용은 자세히 다루지 않고 넘어갔다.

라이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등 각국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러 온 것은 아니다”며 압박의 인상을 주지 않으려 했지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돈줄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요구”라고 말해 우리 정부의 대북사업에 대해 미측이 지닌 의구심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에 대해 반 장관은 현재 금강산 관광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 중단 등 일련의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음을 소개하면서도 앞서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 식량 및 비료제공을 보류함으로써 이미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상당부분 소모했다는 점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이 북한 개혁개방 촉진에 있어 긍정적인 면이 있음을 미국도 알 것이라 생각한다”며 “우리로서는 두 사업과 관련, 안보리 결의와 국제사회의 요구에 조화되고 부합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외교장관 회담 어떻게 될까 = 서울과 평양에서 활발하게 전개된 외교전은 20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외교장관회담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결과물을 내놓을 전망이다.

만일 김 위원장이 중국의 메시지를 수용해 추가적인 상황악화 행동에 나서지 않고 미국도 중국의 중재 노력에 ’성의’를 표할 경우 미중 외교장관 회담은 북핵 사태의 새로운 방향을 예고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가 “평양에서 수렴된 김 위원장의 의중이 어떤 방향이냐에 따라 첨예한 대결로 치닫던 북핵 사태가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중국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추가 핵실험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았거나 중국을 통해 미국의 양보를 촉구했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할 경우 북핵사태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미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라이스 장관이 어떤 카드를 꺼낼 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북핵 사태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북한과 미국의 뿌리깊은 불신”이라면서 “모종의 명분있는 조치도 양측의 불신을 뛰어넘지 못할 경우 성과를 내기 어려우며, 그런 까닭에 중국이 얼마나 효과적인 중재활동을 펼칠 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에서 중국특사에게 전달한 메시지가 어떤 내용이며, 이를 미국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20일 미중 외교장관 회담의 결과가 좌우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북핵사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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