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동맹’ 강화에 ‘중.러 소외’ 우려

이명박 정부의 외교 중심축이 한.미.일 3각 동맹의 강화로 굳어지면서 일각에서 수교 15년 만에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막강한 에너지.자원 부국인 러시아의 존재감이 위축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지난 10년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거쳐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정치.경제적으로 한국에 엄청난 존재로 떠오른 중국과 에너지.자원을 바탕으로 과거의 영향력을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러시아가 섭섭함을 느끼게 될 경우 이는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실리외교’의 본질과도 거리가 멀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부 외교전문가들은 미국의 부시 정부가 전임 클린턴 정부가 추진했던 북핵 문제를 비롯한 외교정책과는 반대방향의 정책을 추진한 이른바 ‘클린턴과는 반대(ABC.Anything but Clinton)’ 기조로 인해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던 경험을 잘 새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과거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외교 분야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한미 동맹의 틀 위에서 지난 10년간 잘 해온 외교정책은 계승.발전하고 나쁜 정책은 지양하는 지혜와 안목이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외교현안에 정통한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이제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떠올랐으며 한국의 웬만한 기업 가운데 중국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이 없을 정도로 한중 관계가 발전했다”면서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대일 외교의 실리 추구도 중요하지만 한중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일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일부 언론에서 이명박 정부가 지향하는 외교 정책의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은데도 지나치게 미국과 일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 부작용이 ‘중국.러시아 소외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이명박 당선인이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한 것을 보면 한중 관계는 차기정부에서도 한차원 높은 단계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라는게 외교가의 반응이다.

이 당선인은 지난달 21일 대통령 당선 축하인사를 온 닝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 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과 중국이 대외 우호관계에서 뜻을 같이하며, 경제 뿐 아니라 정치, 외교,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관계를 갖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경제적으로도 (중국은) 한국 정부와 투자.수출입 면에서 가장 큰 나라고 아시아 외교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과 관계를 한층 더 높이는 데 협력하고 후 주석의 축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이는데 더욱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은 또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6자회담 의장국이어서 중국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은 북한 자체를 위해 체제 유지와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높이는 일이다. 핵포기에 대해 중국과 우리가 같은 생각인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중 관계의 실상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이 당선인이 한.미.일 3각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다가 한중관계의 의미를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게 외교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북핵 문제가 한반도 정세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따라서 이 당선인이 4대 강국에 특사단을 파견하면서 한때 경쟁자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특사단장으로 보낼 정도로 중국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당국자들은 안도하는 기색이다.

한 당국자는 “실제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외교 과제 등을 보면 중국과의 외교관계 강화가 매우 중시돼 있다”면서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서 노무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쪽에 한걸음 더 가깝게 간다’고 자꾸 쓰는 바람에 중국 측이 섭섭해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도 이미 정상간 `셔틀외교’ 구상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소외론은 실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인수위 외교통일안보위 간사인 박 진 의원은 지난 연말 4강 외교 기조와 관련, “이 당선인은 취임 이후 미국과는 한미관계를 더욱 중시하고 일본과는 실용적 협력관계 구축을 추진하는 한편 중국과는 관계 업그레이드, 러시아와는 에너지.자원외교에 집중하는 셔틀외교를 가동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러시아 특사단장에 이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이재오 의원이 발탁된 것도 대(對)러시아 외교의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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