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대북 설득카드는 `유연성’

한미일 3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건 조성’ 발언 이후 처음으로 3국간에 조율된 대북 메시지를 26일 제시함에 따라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간 양상이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이 `지체없이’ 회담장에 복귀할 것을 촉구함과 동시에 회담장에서 북한의 관심사를 포함한 모든 안을 논의할 뜻이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6자회담이 북핵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모든 관심사를 논의하고 진지하게 협상할 수 있는 폭넓은 토론장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혀, `회담장의 무조건 복귀’만을 강조하던 기존입장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협상’에도 `강조점’을 찍었다.

이 같은 대북 메시지는 북한 외무성의 `2.10 성명’ 이후 북한 최고 지도자가 미국을 비롯한 회담 참여 유관국에게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진 데 대한 사실상의 응답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유관측(국)들의 공동 노력으로 6자회담 조건이 성숙된다면 어느 때든지 회담탁(테이블)에 나갈 것”이라며 회담 복귀 전 미국의 성의있는 조치를 요구했었다.

이에 3국 대표들이 비록 북한이 원하는 구체적인 `액션’을 회담 전에는 취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긴 했지만 북한을 회담장으로 유인하기 위해 `협상’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차관보가 26일 공식 브리핑에서 “회담장에서 북한이 `우려하는’ 사안에 대해 직접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유연성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7일 “북한이 회담장에 지체없이 나와야 하는 것을 중시하면서도 모든 관심사항을 진지하게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은 일부 진전된 것으로, 이를 유연성으로 바라봐도 좋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처럼 김 위원장의 요구에 대한 직답을 피해 애써 애둘러 표현한 것은 현 시점에서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한미일 3국의 의도로 풀이된다.

이런 맥락에서 `회담 복귀 촉구’라는 원칙을 유지하되 `회담장내 모든 의제 협상 가능’이라는 유연성을 강조한 것이 북한이 언급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미일 3국은 김 위원장의 요구인 회담 재개 전 추가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있었지만 이를 당장에 북한측에 전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요구한 뭔가에 부응하기 위해 사전(회담 재개 전)에 뭔가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원칙으로 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회담 분위기를 저해하거나 더 나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모든 관심사항에 대해 진지하게 협상이 가능하다’고 한 발표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미국도 뜻이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회담만 재개된다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안전보장, 경제지원 등 북한의 관심사항에 대해 미국도 진지하게 협상할 수 있고, 이 같은 입장을 북한에 우선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지금은 이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할 기능적 역할 뿐 아니라 북한을 회담장에 끌어들이기 위한 `균형점’을 찾기 위한 중국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한미일 3국은 보고 있다.

송 차관보도 “회담 조기재개를 위한 중국 노력의 강화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향후 한미일 3국의 이 같은 입장을 담은 구체적인 메시지를 중국이 어떤 여과 과정을 거쳐 북한과 다시 접촉할 것이냐와 북한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회담 재개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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